김수찬 뉴시안 편집국장
김수찬 뉴시안 편집국장

[뉴시안= 김수찬 편집국장]이강인이 100번 잘못했다. 이강인이 절대 해선 안될 행동을 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이강인에게 실망했고 분노하고 있다. 

이강인은 2007년 KBS 예능프로그램 ‘날아라숯돌이’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렸다. 당시 6살이던 이강인은 화려한 드리볼, 빠른 스피드, 골 결정력까지 ‘축구신동’으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2011년 발렌시아 유소년팀으로 유학길에 오른 이강인은 2019년 1월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다. 발렌시아 역사 상 최연소로 리그 데뷔전을 치른 외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같은 해 이강인은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끌며 한국 축구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카타르아시안컵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강인이 볼을 잡으면 웬지 마음이 든든했다. 화려한 발 재간에 돌파력으로 상대 진영을 헤집고 다닐 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코너킥이나 크로스킥은 자로 잰 듯 정확해 가히 ‘믿보킥’이라 할 만했다.  

손흥민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팀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손색이 없었다. 그런 그가 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일생일대 최대 실수를 저질렀다. 이강인을 사랑했던 국민들은 사랑했던 만큼, 그에 대한 배신감도 컸다. 63년만에 우승컵을 놓친 아쉬움 때문만이 아니다. 국가대표팀에서 이강인을 더 이상 못볼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다소 늦긴 했지만, 이강인은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런던으로 직접 손흥민을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이강인은 “지난 아시안컵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강인은 다른 선배, 동료들에게도 하나하나 연락해 사과했다고 한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 약속드렸다"

이강인은 팬들을 향해서도 고개숙였다. "과분한 기대와 성원을 받았는데도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범된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

사실 많은 축구팬들도 이강인의 사과와 이를 품어준 ‘캡틴’ 손흥민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한결 풀어졌을 것이다. 젊은 혈기에 누구나 한번쯤 저지를 수 있는 실수로, 이번 한번만 용서하고 기회를 주면 어떨까? 손흥민도 "나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강인을 너그럽게 봐줬으면 하는 눈치다.

이강인은 이번 실수를 거울삼아 국가대표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슴에 품고 좀 더 성숙한 선수로 자라나길 바란다. 향후 대한축구협회에서 어떤 징계 조치가 있을 지 모르겠으나, 기회가 된다면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에서 멋진 골로 보답해줬으면 한다.

물론 여전히 일부 축구팬들은 이강인에 대한 실망 때문에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 같은 일부 정치인들까지 나서 ‘막말’을 쏟아내면서 이강인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이강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시장은 “그 심성 어디가냐. 화해했다고 묵인할 일 아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다른 축구팬들은 몰라도 정치인들은 이강인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있는 지 되묻고 싶다. 

“당신들은 언제 시원한 골로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기쁨을 줘본 적이 있는가? 매일 헛발질에 자책골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한 당신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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