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참석해 국민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남정완 기자]문재인대통령이 16일 방역조치 강화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문대통령은 이날 "위중증 환자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확보 등에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가"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적을 들지않더라도 지난 한 달 반 사이에 코로나19 상황은 급반전했다. 위드코로나 시행초기에 비해 확진자는 4.7배, 위중증환자는 3배, 사망자는 10배 늘었다. 확산은 예상했지만 준비는 미흡했다. 

지난달 1일 위드코로나가 시행되자 여행,항공 업계를 비롯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일제히 환영했다. 국내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풀고 다시 출근으로 돌아서는 등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주쯤 지나면서 확진자와 위중증환자가 급증하면서 위드코로나 검토 이전부터 우려해 온 ‘의료체계 붕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충분한 병상 확보와 의료쳬계 준비를 당국에 계속 주문했지만, 정부는 확진자가 어느 정도 늘어나더라도 현 의료쳬계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확진자가 1만명까지 늘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비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자신감은 어디서 왔을까? 위드코로나의 기폭제는 백신 접종률이었다. 지난 10월 24일 정부는 전체 인구 대비 70.1%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과 확진 증가세가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가졌다고 판단하고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 위중증으로 넘어가는 확률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때마침 싱가포르, 유럽 등 해외 국가들도 일상 회복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이 때를 기점으로 정부는 본격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하지만 이런 정부 예측은 완전히 뒤집혔다. 확진자와 위중증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확진자숫자 대비 위중증 환자 발생율이 생각보다 많다"고 얘기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 이후에도 확진수와 위중증 환자숫자는 줄어들기는 커녕 더 늘어났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와 비접종자를 중심으로 위중증 환자가 급증했다. 게다가 수능 이후인 지난달 22일부터 전국적으로 전면등교가 시작되자 초중고생 확진자수가 전면 등교 직전 주간 일 평균 330명 수준에서 급격히 늘었다.  

문 대통령은 29일에도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 없다"고 다시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경우 피해를 입을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고려한 발언이지만 그러는 사이 방역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치달았다. 위중증 환자의 급증에 따라 병상 확보가 어려움을 겪으며 의료체계를 뒤흔들고 있고 초중고 학생들의 가파른 확산세까지 더해졌다.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방역패스 의무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방역패스 의무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 관련 지표가 연일 레드존을 가리켰지만, 정부의 방역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되레 백신 접종 독려를 촉구하는 목소리만 거듭 나왔다. 그러는 사이 신종 변이 오미크론까지 더해지며 병상 가동률을 위협했다. 뒤늦게 코로나 확진자의 재택치료 전환과 방역패스 사업장 확대 조치를 내놨지만 표피적인 대응에 그쳤다, 

지금 시점에서 뼈아픈 것은 현장 의료계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지 못한 점이다. 방역과 경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게 쉽지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더라도 경제만 강조해온 정부의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물론 코로나19로 오랜기간 경제적 타격을 받아온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조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제대로 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출구가 저만치 멀어지며 어두운 터널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비켜 서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해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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