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90.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XC90.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뉴시안= 남정완 기자]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맹주 삼아 보이지 않는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강호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민 자동차 회사가 바로 ‘스웨덴 감성’으로 무장한 볼보(Volvo)다.

19일 한국수입자동차(KAIDA)에 따르면 볼보는 올 1~11월까지 총 1만3635대를 판매하며 벤츠·BMW·아우디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최근 가격 파괴를 앞세운 폭스바겐(1만 3444대)마저 앞질렀다. 볼보는 지난 2019년 1만대 클럽에 가입하며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볼보의 SUV 라인업인 XC40·XC60·XC90 모델은 지금 주문해도 6개월~1년은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안전의 대명사’로 인식됐던 볼보는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로 중년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었지만,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브랜드 범주에 들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볼보가 달라졌다. 전면 헤드램프에 ‘토르의 망치’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실내 곳곳에 스웨덴 감성을 녹였다.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대형 패널과 북유럽 감성의 나무 소재로 대시보드를 장식했다.

볼보는 현지화 맞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 두 가지에 주목했다. 하나는 부족한 AS네트워크망으로 인한 고가의 수리비 부담이다. 현재 볼보는 전국에 36곳의 공식 AS센터를 운영 중이다. 수입차 최초로 5년 10만km 무상 보증과 소모품 교환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보증 기간이 만료됐더라도 공식센터에서 유상 수리를 받은 차량에 한해 주요부품(엔진·브레이크 등) 평생 보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입차의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를 싹 교체했다. 올해 신형 XC60을 시작으로 SK텔레콤의 T맵 내비게이션과 음성 인식 비서 누구를 탑재하고 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프트웨어 코드 소스를 공개하는 등 협력을 강화해 한국말 인식 성능을 96%까지 끌어 올렸다. 이는 곧장 운전자들의 체감 만족도로 이어지는 만큼 국내 소비자가 가려워하는 부분을 제대로 긁어준 셈이다.

볼보는 지난해 S90 출시를 기점으로 2021년 모델부터 순수 가솔린·디젤 모델을 팔지 않는다. 현재 모든 차종은 마일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내년 초 볼보 최초의 순수 전기차 SUV인 XC40·C40 리차지 등도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좋은 자동차가 항상 훌륭한 브랜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자동차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공학적인 면에서 좋은 평점을 받더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가려워하는 바로 그 부분을 주목해 개선하고 업데이트할 때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한다. 이런 면에서 볼보는 훌륭한 브랜드가 갖춰야 할 기본기를 중시하는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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