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만연한 가운데  국내 최대화장품 전문기업인 아모레퍼시픽(대표이사 서경배)이 그룹 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사장 사촌이 있는 회사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은 정황까지 나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2월 기준 매출액이 2조5000억 원(연결재무제표 기준)달하는 국내 최대의 화장품 전문 기업이다. 현재 9개의 계열사(해외법인 제외)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주회사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관련해 일감몰아주기로 지탄을 받고 있는 곳은 ‘태신인팩’과 ‘퍼시픽패키지’, ‘퍼시픽글라스’ 등이다. 이들 회사는 화잘품 관련 포장인쇄 전문업체, 초자용기, 합성수지, 알미늄 및 알미늄 압금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화장품 업체들이 포장비용에 들이는 돈은 화장품 원료값의 평균 2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고객들이 돈을 많이 지불하게 해 서경배 등 오너일가만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있다.

지난 13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서 대표이사의 주식 자산은 연 초(1조7691억 원)보다 31.1% 급등하면서 순위가 8위에서 4위로 4단계나 뛰어올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촌회사에 내부거래 90% 이상

먼저 태신인팩(대표 서명현)은 1975년 8월에 설립됐다.  2002년 3월 회사의 상호를 태신인쇄공업(주)에서 주식회사 태신인팩으로 변경했다. 현재 본사는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단상자와 타상자, 팸플릿, 정기간행물, 세트쇼핑백 등의 제조 및 판매를 영위하는 종합 패키지 업체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에 계속 상당 부분 거래를 이어오던 태신인팩에 대해 2010년 3월 지분 52.1%를 매입하면서 계열사로 편입했으나 그 해 5월 곧바로 태신인팩의 화장품 포장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퍼시픽패키지’란 회사를 설립하고 8월,  태신인팩을 다시 서 대표에게 매각했다.

이에 태신인팩은 한때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였지만 현재는 제외된 상태다. 따라서 지난해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내역은 확인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지난해를 제외한 2010년 이전의 자료를 통해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의 정황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총 매출 410억 원 중 382억 원(93%)을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이 343억으로 가장 많았고, 태평양제약(21억), 퍼시픽패키지(9억원), 이니스프리(6억), 아모스프로페셔널(2억)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09년 역시 태신인팩의 총매출 567억 원 중 527억 원(93%)에 달하는 일감을 아모레퍼시픽 계열사들이 책임져줬는데, 해당 회사는 아모레퍼시픽(501억), 태평양제약(24억), 아모스프로페셔널(1억), 에뛰드(1억) 등이다. 

서명현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이 2010년 태신인팩을 계열사로 편입하기 전까지 태신인팩의 대주주였으며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가 서경배 사장과 사촌관계라는 사실이다.

태신인팩 지분은 지난 2009년까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의 형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9.63%, 1만7332주)과 누나 서송숙, 혜숙, 은숙(각각 6.5%, 1만1734주)씨를 비롯, 매형 김의광, 최상용(각각 6.8%, 1만2255주)씨 등 서 대표 가족들이 골고루 나눠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와 일각에선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태신인팩과 아모레퍼시픽이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사촌지간 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뉴시안>과의 통화에선 서(명현) 대표와 서경배 대표이사는 사촌지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데 다른 언론과의 취재과정에  “사촌지간 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내부적인 소통조차 정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실정에서 계열사 분리 여부와 상관없이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해온 구태의연한 관행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현 계열사 퍼시픽패키지, ‘퍼시픽글라스’ 에도…

퍼시픽패키지는 포장인쇄 전문업체로서 단상자, 지함, 쇼핑백 등의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태신인팩’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지난 2010년 5월 분리 신설된 회사다.

퍼시픽글라스는 초자용기, 합성수지, 알미늄 및 알미늄 압금제품의 제조, 가공 및 판매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부터 2007년 4월 분할 신설된 회사다. 

2010년 5월 태신인팩 인적분할을 통해 분리신설된 퍼시픽패키지도 포장재 전문회사로, 아모레퍼시픽과 그 계열사와의 거래량이 만만치 않다.

2010년에는 총 매출 308억원 가운데 255억 원(82%)을 아모레퍼시픽(250억 원), 태평양제약(4억 원), 에뛰드(5000만 원) 등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총 매출 435억원 중 85%인 373억원(아모레퍼시픽 250억, 태평양제약 9억원, 에뛰드 4800만원)을 내부거래에서 올렸다.

퍼시픽패키지는 지난해 말 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99.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경배 대표이사가 51.37%, 서 대표의 친인척을 포함한 특수관계자들이 59.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퍼시픽패키지는 사실상 오너 일가의 소유로도 볼 수 있으며 결국 서 대표가 자신과 가족들의 배를 계열사를 통해 더욱 불려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퍼시픽글라스에서의 일감 몰아주기의 정황은 지난해 총 매출 611억 원 중에서 301억 원(49%)을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으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50~55%를 유지하는 매출을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등을 통해 기록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화장품 용기 등 포장관련 분야에는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내용물의 손상이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패키지 업체에서도 많은 연구비용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전문성을 갖춘 업체의 선정이 필수적이며, 내부 거래 논란에 관한 내용은 상당부붕니 언론에 의한 악의적인 보도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장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업계에서는 화장품 용기 및 포장 관련해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중소 회사들이 많다”면서 아모레퍼시픽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화장품 용기나 포장은 전문성을 요하고 디자인과 상품을 돋보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이와 관련한 특화된 업체들이 많고 이들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업계의 성장 추세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내부거래와 일김 몰아주기를 통해 고객들이 쓸데없이 많은 돈을 지불하게 해 서경배 대표이사 등 오너일가에게 돌아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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