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생명보험회사 중 하나인 교보생명보험(대표 신창재, 이하 교보생명)이 고객과의 신뢰에 치명적인 각종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 상반기 대형 생보사 중 유독 고객 민원이 급증한 데 이어 계약서류 조작, 역마진 우려에 따른 고객 권리 제한 등 신뢰를 무너뜨릴만한 행위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서명 위조 등 계약서류 조작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2 상반기 중 금융상담 및 민원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3대 생보사 중 삼성생명과 한화(대한)생명의 고객민원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교보생명의 민원은 대폭 증가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민원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9%, 7.5% 줄어들었지만 교보생명은 35.2%가 증가했다. 

보유계약 10만 건당 민원 건수도 삼성생명 8.2건, 대한생명 9.1건의 수준이지만 교보생명은 이들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14.8건이었다. 

이중에는 계약서류 조작 사실까지 있었다. 교보생명은 고객의 보험계약 서류를 설계사가 임의 작성하고 보험 가입에 필요한 건강검진에 소변을 바꿔치기 하는 등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고객 A씨는 지난 6월 자신의 보험계약 13건의 서명이 위조됐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올 1월 서명이 위조된 사실을 발견하고 사측에 항의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교보생명은 A씨의 민원 13건 중 10건에 대해서만 가입자 서명 위조를 인정하고 계약 해지 및 환급금 지급을 결정했다. 나머지 3건에 대해서는 필체 감정을 의뢰 하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추후 금감원이 교보생명의 민원처리 방법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자 뒤늦게 고객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특히 A씨가 금감원에 제기한 민원 내용 중 충격적인 것은 설계사가 계약자의 소변을 다른 사람 것과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다. 종신보험 가입 당시 니코틴 검사에서 설계사는 A씨에게 더 싼 값에 보험 가입을 할 수 있다며 비흡연자의 소변을 병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보험료 산출과정에서 흡연자보다 비흡연자의 보험료가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고객의 요구대로 환급 결정을 통보했다”며 “10여년 전 과거 일부 설계사들 사이 소홀한 관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설계사들의 개별적 오류일 뿐 회사 전체의 문제가 아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역마진 우려되자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중단

교보생명은 역마진을 우려해 고객 권리를 제한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가입자가 급증한 즉시연금에 대해 방카슈랑스 채널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방카슈랑스는 보험회사 상품을 은행 등의 금융 기관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내년부터 즉시연금의 비과세 혜택이 폐지됨에 따라 최근 즉시연금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 이에 교보생명은 판매 급증으로 지급수수료가 많이 나가는 등 자산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방카슈랑스를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했다. 단, 설계사를 통한 가입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한 뒤 매달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으로, 목돈을 끌어올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각 보험사들은 즉시연금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불황 등으로 자산운용이 어려워지고 나아가 운용수익률이 공시이율보다 낮아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까지 내몰리면서 교보생명은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했다.

이미 IBK연금보험·미래에셋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들도 역마진을 우려해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했지만 대형 생보사로서는 교보생명이 처음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판매 금지를 결정한 것”이라며 “설계사를 통한 판매는 그 비중이 크지 않아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가 역마진이 조금 발생한다고 해서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수익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의 선택권을 임의로 제한하고 고객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확정배당 원리금 미지급, 중요사항 비교 안내 미이행

교보생명은 또 이달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처분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지난해 10월 금감원이 실시한 종합검사 결과 보험계약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 지난 5일 과징금 3억6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금감원은 교보생명이 전산시스템 오류 등으로 인해 총 5348건에 대해 확정배당 원리금 10억 9400만원을 미지급 한 것과 보험계약자에게 중요사항을 비교 안내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1993년 5월부터 확정배당 원리금 지급 전산프로그램과 2002년 2월 이자 시스템 변경 과정 등에 문제가 있어 모두 5348건, 10억9400만원의 확정배당 원리금이 보험계약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교보생명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예정이율과 시중금리에 차이가 날 경우 그에 대한 보전을 약속했으나 20년의 기간 동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또 보험계약 비교 안내 전산시스템 운영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 2010년 4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신계약 체결 후 6개월 이내에 해지된 계약 2133건과 계약자가 정보보호를 요청한 480건 등 총 2613건의 보험계약자에게 중요사항을 비교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체결이나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고객 권익 보호를 위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기존 보험계약을 소멸하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보험기간, 예정이자율 등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려주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시스템 변경 시 오류가 있던 것으로 고의성은 없다”며 “고객들을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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