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원내 과반인 152석 확보에 성공했지만,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승리까지 낙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 등 주요 정당 후보들의 이번 총선 지역구 득표수를 범보수(새누리당+자유선진당)와 범진보(민주당+통합진보당) 정당의 '1대 1' 구도에 대입할 경우 그 차이가 35만여표에 불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 유효투표 수 2154만5326표 가운데 43.3%인 932만4911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민주당 815만6045표, 통합진보당 129만1306표, 선진당 47만4001표의 순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성사시킨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표를 더하면 944만7451표가 돼 새누리당의 득표수보다 12만2540표 많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득표수를 합쳐야 35만1461표차로 야권연대(민주당+통합진보당)을 앞지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정당투표 결과도 마찬가지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통합진보당, 선진당의 득표율 각각 42.8%와 36.5%, 10.3%, 3.2%였다.

이를 대선에 적용해보면, 새누리당 외에 선진당 등 보수 정당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진보 정당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새누리당 후보는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당 득표율만 보면 이번 총선의 경우 '민주당+통합진보당'(46.8%)이 이미 '새누리당+선진당'(46.0%)을 앞질렀다.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이 정도로 만족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선진당을 비롯한 당 밖의 보수 세력들과의 연대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전망이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강창희 대전 중구 국회의원 당선자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정치역학상으로도 총선 땐 (정당이) 나뉘고 대선 땐 합쳐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그간 수차례 '보수연대'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취약지역인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취약계층인 20~40대 유권자들에 대한 유인책을 마련하는데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땐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전체 111개 선거구 중 81곳을 차지했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전체 112곳 가운데 69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아울러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20~40대와 50대 이상의 세대별 지지 정당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파악됐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투표 당일(11일)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20대 투표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은 47.9%로 새누리당(30.4%)보다 17.5%P 앞섰고, 30대(새누리당 25.2%-민주당 53.5%)와 40대(새누리당 33.6%-민주당 46.1%)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았다.

반면, 50대(새누리당 49.9%-민주당 32.4%)와 60대 이상(새누리당 60.3%-민주당 24.8%)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더 높았다.

또 한국갤럽이 같은 날 전국의 총선 투표자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 전화 및 휴대전화 병행조사에선 정당투표 기준으로 20~40대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진보 정당 지지가, 50대 이상은 새누리당과 선진당 등 보수 정당 지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국갤럽 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연령대별 보수-진보 정당 지지율은 20대 31.1%-65.7%, 30대 22.2%-76.5%, 40대 31.2%-68.7%, 50대 59.6%-37.7%, 60대 이상 74.4%-25.0%였다.

이에 대해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새누리당이 서울 강남·서초구처럼 부유층이 사는 곳이나 도농(都農) 복합지역 등에선 강세지만 서울 강북·강서를 포함한 대부분의 수도권 신도시 지역에선 취약하다"며 "보다 많은 노력을 통해 이 부분을 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는 '30~40대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꼽았다.

이 위원은 또 "우리 사회의 정당하지 않은 것들, 정치 비리와 같은 불법적 요소를 단호히 척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 세대가 우리한테 마음을 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불법사찰 방지법' 제정을 추진키로 하고, 또 "선거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해 철저히 바로 잡겠다"며 김형태 포항 남·울릉군 국회의원 당선자의 동생 부인 성추행 의혹과 문대성 부산 사하갑 국회의원 당선자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한 사실 확인 등의 대응의지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당 관계자는 "비록 우리가 이번엔 수도권에서 졌지만 실제 득표 차는 그리 크지 않다"면서 "진정성을 갖고 접근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득표 수 합계가 483만6168표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509만6062표)에 비해 25만9894표 적었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수도권의 전체 유효투표 수 1055만3376표에서 각각 45.8%와  48.3%를 해당하는 것으로서 양 진영의 격차는 2.5%P수준이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