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문가 칼럼=기영노 평론가]

2006년 독일월드컵 프랑스 대 이탈리아 결승전.

결승전에 오른 두 팀은 전, 후반 90분 동안 서로 한 골씩 주고받으며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그런데 연장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의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 지네딘 지단이 이탈리아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가격했고, 마테라치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를 본 아르헨티나의 호라시오 엘리손 주심(한국 대 스위스 전에서 선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을 무시하고 스위스의 알렉산더 프라이 선수의 골을 인정, 한국을 0대2로 패하게 만든)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고, 지단은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월드컵 결승전 연장전에서 퇴장을 당해야 했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상대선수 머리로 박은 지단

지단이 빠져서 10명이 싸운 프랑스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 즉 FIFA는 2006 독일월드컵 최우수선수로 지단을 선정했다. 지단은 자국인 프랑스에 벌어진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는 프랑스를 우승까지 시키고도 최우수선수(브라질의 호나우두)가 되지 못했는데, 독일월드컵에서는 결승전에서 퇴장을 당하고, 팀도 준우승에 머물렀는데도 최우수선수로 뽑힌 것이다.

FIFA는 지단의 마테라치에 대한 (머리로 가슴을)가격을 경기 중에는 보복으로 봤지만, 결국 나중에는 ‘적폐청산 급’으로 본 것이다. 선수들이 축구장 안에서 주고받는 모욕적인 말들에 대한 적폐들을 청산하고 응징하는 차원에서 (결승전에서)퇴장을 당한 지단에 오히려 최우수선수상을 수여한 것이다.

이탈리아가 0대1로 뒤지던 상황에서 동점골을 터트렸었던 마테라치가 지단의 플레이를 방해하기 위해 지단의 셔츠를 잡아당기자 지단이 마테라치에게 “그렇게 내 유니폼이 갖고 싶으면 경기 끝나고 주마”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마테라치가 “유니폼 보다는 네 창녀 누이가 낫겠다‘는 모욕적인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지단이 순간적인 감정을 참지 못하고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박은 것이다.

‘적폐청산’이냐? 보복이냐? 여부는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를 초래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예외 없이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1993년에 취임을 한 김영삼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 그리고 전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5년마다 반복되는 적폐, 보복 싸움

노무현 정부 때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이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을 캐는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모욕감을 줘서 결국은 투신에 이르게 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사업) 비리를 파해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심도 있게 수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박 전 대통령은 결국 자신이 당선된 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정부기관 들(국정원,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이 자신에게 칼날을 겨누는 겪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블랙 앤 화이트 리스트’,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정치공작과 사자방 등을 수사하고 있는데, 역시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단 세계최고 축구지도자로 자리매김

국제축구연맹 즉 피파로부터 결승전에서 퇴장을 당하고, 팀 도 준우승에 그쳤는데도 불구하고 지구촌 최고의 축구축제인 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기사회생한 지단이 감독으로서 역대 급 성적을 올리며 보답을 하고 있다. 만약 지단이 스포츠에서 금기사항인 ‘보복’을 한 선수로 은퇴를 했다면, 지도자로서 변신을 하는데 많은 난관에 부딪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단은 ‘월드컵 최우수선수’라는 명예를 등에 없고, 화려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지단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팀을 이끌고 2015~6시즌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 유럽축구역사상 최초로 선수, 코치,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 맛을 본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2016~7시즌에는 유럽축구챔피언스리그 우승, 프리메라리그 우승 그리고 2016 FIFA 클럽월드컵 우승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2017년 10월23일 FIFA 시상식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함으로서 FIFA 주관 ‘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감독상’을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이자 대기록을 달성했다.

‘보복하는 선수’에서 ‘적폐청산 선수’의 본보기가 된 지단은 명실공이 세계최고의 축구선수에 이어 축구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인가? 청치보복인가?

“역사가 평가 해 줄 것이다.” 정치인들이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마다 가장 흔히 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농단, 국가정보원(국정원), 사이버사령부 등의 발본색원(拔本塞源) 사자방 수사에 과연 사심(私心)이 들어가 있을까? 없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단 5년간의 재임기간으로 역대 급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심이 들어갔다면, 전 또는 전전 대통령들처럼 검찰의 날카로운 칼날에 가슴을 베이게 될 것이다. 그 진위(眞僞)를 알기 위해서는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바뀐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다음에도 진보정권이 계속된다면 정권의 속성상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차기정권을 놓고 진보, 보수진영이 운명적인 대결이 불가피 해 진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프로야구로 보면 준 플레이오프 격인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 플레이오프 와 비슷한 2020년 4월15일 총선 그리고 한국시리즈 즉 결승전인 2022년 초에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게 되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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