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문가 칼럼=기영노 평론가] 17일 동안의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10일 동안의 패럴림픽이 끝났다.

평창에서의 27일이 과연 한반도 영구평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까?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 민족사에 커다란 전기가 될 것 같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평창을 아니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 북간 또는 북, 미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스포츠는 때로는 정치인에 의해, 한 편으로는 선의의 방편으로, 또한 탐욕과 부도덕의 수단으로 쓰여 졌다.

스포츠와 정치의 밀월관계는 스포츠 자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치의 목적에 따라 좌우되어 온 것이 문제요, 그러한 불균형은 시정되어야 하지만..... 일단 남북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뭔가 전기를 마련하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싶다.

 

올림픽은 프랑스 청년들의 무기력 해소 위해 탄생

사실 현대 올림픽의 발상은 프랑스 청소년들의 무기력을 개탄한 쿠베르땅이 올림픽을 통해 이들을 자극하고 격려 하려는 뜻에서 만들었다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또한 독일은 피히테의 <독일국가주의에 대해서>라는 강연을 통해 청소년의 분위기를 촉구하고 그 것이 계기가 되어 베를린 올림픽으로 맥락이 이어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한국인의 기상과 슬기 그리고 한국인의 힘과 의지를 마음껏 펴 보인 전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고, 또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하게 거머쥐었다.

물론 쿠베르땅이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다”고 말했었다.

당시 미국과 영국 사이에 정치적인 알력이 있었는데, 그 알력이 1908년 런던 올림픽 육상 경기 때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의 육상 선수들이 레이스 도중에 서로 주로를 방해하는 등 심한 갈등을 보였는데, 그런 현상을 지켜 본 성바오로 사원의 펜실베니아의 승정은 일요예배에 미국과 영국 선수들을 모두 불러서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그 설교에 감동한 쿠베르탕 백작이 그 말을 인용하여 올림픽의 이상을 펼친 것이 잘 못 전해져 쿠베르탕의 명언으로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당시 미국 선수들이 얼마나 영국을 싫어했던지 대표단이 뉴욕으로 개선해 돌아올 때 영국의 상징인 사자의 목에 끈을 달고 시내를 돌아다녔다는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올림픽은 가장 깨끗하고 보람된 승부의 한마당

사람들은 누구나 승부하면서 살아간다.

그 끝없는 투쟁 속에 한번쯤은 가장 깨끗하고 가장 보람된 승부에 자신의 전부를 걸어봄 직 하지 않은가? 그 무대가 올림픽이며 패럴림픽 인 것이다.

가장 정직하고 깨끗한 승부의 광장이 올림픽이고,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선의의 경쟁인 것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한 개를 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새삼스레 거론할 필요가 없다. 또 그 금메달이 지니는 뜻을 강조한다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 그 분야에서 지구촌 60억 또는 70억 가운데 최고라는 의미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스켈레톤의 윤성빈, 매스스타트의 이승훈,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의 최민정, 임효준, 여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계주 팀 그리고 패럴림픽의 신의현 선수 등의 금메달의 신화는 이제 먼 과거로 흘러갔다.

그러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 확대재생산이라는 새로운 공정에 들어갈 차례다.

영국의 처칠 경의 말처럼 “과거를 외면하는 사람은 미래도 포기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16살 소녀와 금메달의 의미는

러시아의 알리나 자기 토바는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전쟁터에 나가면서 ‘엑소’를 보고 싶어 하고, 수호랑 인형에 한눈을 파는 16살의 소녀에 불과했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했었던 90개국이 넘는 국가 가운데, 70개국 이상의 청년들이 젖 먹던 힘을 다해도 금메달을 커녕, 메달 한 개도 구경하지 못했는데, 금메달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는 소녀의 목에 황금메달이 걸려 있으니 말이다.

여자 피겨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는데, 불과 16살 소녀가 역대 최고의 점수를 기록 했다는 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피겨 쇼크’인 셈이다.

16살 소녀가 가슴 절절한 표정연기를 하는가 하면, 고난도 점프와 회전을 소화해 냈다. 자기토바의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간의 무한한 잠재능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금메달이라는 어른스런 계산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6살 소녀 자기토바는 세계 1인자라는 거창한 이름의 부담을 안고서 은메달에 그친 두 살 더먾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뿐 만 아니라 동메달을 획득한 캐나다의 게이틀린 오즈먼드 그리고 개최국 한국의 최다빈 선수 등 다른 선수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아야 한다.

 

567명 모두가 승자

1988년 서울 하계패럴림픽 이후 무려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에는 역대 최다 규모인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참가해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10일 동안의 우정의 레이스를 펼쳤다.개최국인 한국도 6개 전 종목에 걸쳐 선수 36명과 임원 47명을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총 83명을 출전시켜 지구촌 최대의 겨울스포츠 축제를 함께 즐겼다.

또한 북한은 동계 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받은 김정현과 마유철이 노르딕스키에 참가했고, 두 명을 포함한 선수단 20명, 대표단 4명 등 24명을 파견했다.지난 9일 개막식 때는 기대했던 남북 공동입장은 없었지만 마유철이 한국의 시각장애 선수 최보규와 나란히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 남북 화해와 평화올림픽 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567명의 선수들 가운데는 금메달 4개를 거머쥔 4관왕(슬로바키아의 헤리베타 파르카소바)도 탄생했고, 크로스컨트리 7종목에 출전해서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던 세 딸의 어머니 이도연 선수의 끊임없는 도전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가 승자다.

567번의 아픈 사연과 고난을 극복해 낸 승자들이다.

아니 각국을 대표해서 패럴림픽에 출전했다는 자체가 인간승리자들인 것이다.

 

미스터 올림픽 브런디지의 푸념

아마추어 신봉자로 ‘미스터 아마추어’로 불리었던 브런디지 전 IOC 위원장은 1972년 삿뽀로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동계올림픽의 타락과 허구성을 지적하면서“동계올림픽의 창설은 올림픽의 이미지를 손상하는 실패 작이었다”고 말해 엄청난 화제를 모았었다.

IOC 위원장이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에 현지에서 ‘동계올림픽 무용론’을 언급했으니......

브런디지는 삿뽀로 동계올림픽을 주관하기 위해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오스트리아가 낳은 불세출의 알파인 영웅 슈란츠를 “달리는 광고 탑”이라고 규정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한다고 선언해 버렸다.

브란츠의 시퍼런 서슬과 권위 때문에 IOC 위원들은 한 마디 반론도 펴지 못하고 슈란츠를 삿뽀로에서 추방해 버렸다.

화가 난 오스트리아 선수단은 슈란츠를 특별기로 귀국 시켰고,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슈란츠의 귀국을 마치 올림픽 금메달을 딴 개선장군처럼 요란하게 맞이해서 브런디지의 독선에 항의했다.

동계스포츠 즉 동계올림픽의 상업성을 통렬히 비난하고 무용론으로 까지 몰고 가던 브런디지는 이제 가고 없다. 그리고 올림픽 상업주의 신봉자 사마란치도 역시 죽었다.

동계올림픽은 점점 규모를 더 키워가고 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88개국 출전, 2018평창 동계올림픽 93개국 출전 그리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 100개국 돌파.......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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