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문가 칼럼=기영노 스포츠평론가]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선수와 함께 한국 최고의 포수자리를 다투는 두산 베어스 양의지 포수가 한국야구위원회 KBO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KBO는 지난 4월12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서 양의지 선수에게 벌금 300만 원과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80시간의 징계를 확정지었다.

양의지는 지난 4월1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7회 말 곽빈 투수의 연습투구 때, 곽빈 투수가 던진 강속구를 잡지 않고 피했다. 공은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무방비 상태에 서 있었던 정종수 구심을 향해 날아갔고, 공은 황급히 피한 정종수 구심 옆을 스쳐지나갔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유례없는 ‘볼 패싱’이 일어난 것이다.

양의지 포수의 볼 패싱이 원인 없이 일어났다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앞선 7회 초 양의지가 타석에서 정종수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은 후에 ‘볼 패싱’이 일어났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볼 패싱이 일어난 직후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양의지를 덕 아웃으로 불렀다.

김 감독은 양의지 선수에게 “야! 야구 너 혼자 하는 거냐”고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양의지는 “순간 공이 보이지 않아 놓친 것”이라고 해명을 하긴 했다.

 

KBO의 어정쩡한 징계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용희 감독관 등 KBO는 그대로 지나치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해 상벌위원회를 소집했다.

KBO는 논란이 된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출장정지를 부과 하지는 않았다.

실제 고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의여부를 떠나 야구장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양의지는 KBO의 징계에 대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야구장 안팎에서 처신에 주의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 계 일각에서는 양의지의 행동을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 더 정확하게 ‘미필적 고의 미수’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가 투수가 던진 연습투구를 보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누가봐도 공을 일부러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정종수 구심이 공에 맞았다면 중상 내지는 최소한 경상을 입을 뻔 했다. 그러나 정 구심이 황급히 피했기 때문에 양의지의 ‘미필적 고의’는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본 것이다.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는 이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던 황당한 일이 가끔씩 발생한다.

 

김우근의 높은 포복

프로야구 5년 차를 맞은 1987년 9월29일 인천 구장.

LG 트윈스의 전신 MBC 청룡은 최하위 팀 청보 핀토스와 3연전을 치르게 되었는데, 만약 2승1패 만 해도 해태 타이거즈를 제치고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때문에 그날 경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었다.

MBC는 에이스 급 오영일 투수를 선발로 내세웠고, 여차하면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김용수 투수까지 대기시켜놓고 있었다.

MBC는 5회까지 3점을 앞서 있었으나 이후 청보의 반격에 3점을 내줘서 3대3인 가운데 연장 전으로 접어들었다.

연장 10회 초 MBC가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2사 1,2루.

그 때 MBC가 1루 주자를 발이 느린 김용달 대신 발이 빠른 김우근으로 교체 했다. 2루 주자는 박흥식이 그래도 있고, 1루 주자가 김용달에서 김우근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벤치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호출된 김우근은 최근 출장 횟수가 많지 않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집에 갈 생각만 하고 앉아 있다가 불려 나왔다.

MBC 타자는 4타수 2안타의 신언호.

신언호는 선발로 나와서 10회까지 혼자서 던진 양상문의 2구 째 몸 쪽 직구를 그대로 받아쳤고, 중견수 키를 넘는 2타점 2루타 성 타구 였다.

2사 이후라 타구소리를 듣자마자 1,2루 주자는 달리기 시작했고, 2루 주자 박흥식에 이어 1루주자 김우근도 3루를 돌아 홈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청보의 중견수 김윤환이 부지런히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누가 봐도 2점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순간 천지개벽할 일이 일어났다.

3루를 돌아 홈으로 달려들던 김우근이 쓰러진 것이다. 3루를 돌자마자 다리를 꼬며 넘어졌다. 그러나 워낙 깊숙한 2루타라 홈까지 충분이 들어올 시간은 있었다. 3루 코치가 목이 터져라 일어나서 달리라고 독려했다. 만약 부축을 하면 그 순간 아웃이라 도와줄 수도 없었다. 이제 홈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10m.

다리에 힘을 모은 김우근은 겨우 일어섰지만 몇 걸음 못가 또 쓰러졌다.

그 사이 외야에서 송구된 공은 내야수 중계를 거쳐서 홈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다급해진 김우근은 높은 포복 자세로 엉금엉금 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야에서 송구된 공은 이미 포수 김동기의 글러브에 들어가 있었다.

김우근의 얼굴은 세상의 고통을 모두 질머진 사람처럼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김동기는 잔인하게 김우근의 머리에 태그를 했다.

결국 MBC는 김우근의 홈 객사로 무승부를 기록했고, 2위 자리를 해태에게 넘겨야 했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 후 김우근은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김우근의 그날 해프닝은 오랜 만에 경기에 나섰고, 또한 전날 심한 감기로 먹은 감기약 때문에 갑자기 전력질주 하다가 다리가 꼬였던 것으로 분석이 된다.

 

전두환 그리고 김옥경

프로야구 원년 개막을 앞둔 1982년 3월말 동대문야구장 옆의 작은 술집.

당시 나는 새도 떨어트린 다는 권력자 전두환 대통령이 시구를 하는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주심을 맡은 김옥경 씨는 친구들에게 신나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야! 하구 많은 심판들 중에 내가 뽑혔어, 전두환 대통령이 시구를 한데.....정말 영광된 자리지...”

그러나 김옥경 씨는 개막전 주심은커녕 경찰서신세를 져야 했다.

김옥경 씨는 친구들에게 신나게 자랑을 한 다음날 경찰서에 가 있었다. 개막전 주심을 맡을 것이라는 것은 야구인 모두가 알고 있었던 일이기에 상관이 없었지만 전두환 대통령의 행보를 미리 이야기 한 것이 빌미가 되었다.

김옥경 씨의 술자리 발언은 누군가에 의해 첩보기관에 보고되었고, 급기야 경찰까지 나서게 되었다. KBO는 부랴부랴 개막전 주심을 바꾼다는 약속을 한 후 김옥경 씨를 경찰서에서 데려 나올 수 있었고, 비교적 젊은 세대인 김광철 씨가 개막전 주심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런데 전두환의 철저한 경호 탓에 개막전 심판 뿐 만 아니라 개막전 선발투수도 바뀔 뻔 했다.

 

전두환의 과잉경호는 선발투수 컨디션까지 영향을 끼쳐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MBC 청룡 대 삼성 라이온즈 전, MBC 선발투수였던 이길환 투수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덕 아웃으로 들어가려는데, 그 사이에 전두환 대통령이 동대문야구장에 입장을 했고, 이길환은 경호원들에게 ‘내가 MBC 선발 투수’라고 말했지만 “선발이고 나발이고 입장 할 수 없다”는 어이없는 말을 들어야 했다.

급기야 MBC에서 선발투수 이길환이 없어진 것을 알고 찾아 나섰다.

경호원들과 싱경이를 벌이고 있는 이길환을 발견한 MBC 코치들이 우리 팀 선발투수라고 아무리 말해도 서슬 퍼런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후 이길환은 KBO 관계자가 쫓아오고 신원증명을 한 후에야 겨우 경호 벽을 통과 할 수 있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린 이길환은 삼성 타자들에게 홈런 등 난타를 당하며 조기 강판 당해야 했다.

1983년 6월1일 인천 야구장 MBC 청룡 대 삼미 수퍼스타즈 전.

김동안 구심의 판정에 삼미 김진영 감독이 5분여를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천지가 개벽되지 않는 한 자신 만만 한 김동앙 구심의 판정이 번복될 리가 없었다. 그 때 이 기역 심판위원장이 백스톱 뒤에 나타나 빨리 게임을 속행 할 것을 권유하자 그만 김진영 감독이 이성을 잃고 말았다. 몸을 날려 두발 모두차기를 시도했다. 김 감독이 스파이크 징이 백스톱 즉 그물에 걸리는 바람에 이기역 심판위원장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김 감독의 돌출행동은 야구장에서는 보기 민망한 장면임은 틀림없었다.

 

야구장에서 벌어진 일로 구속까지 당해

이틑 날인 6월2일 김진영 감독은 부산으로 내려가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를 지휘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서울지법동부지원 김시수 판사가 발부한 구속영장을 든 형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동부지청 박종열 검사는 O. 김진영 감독이 많은 관중 앞에서 욕설과 폭행을 했고 O. 그런 행동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고 O. TV 중계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저질러진 행위로 스포츠 지도자로서 지나친 행동이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구속 10일 만인 6월11일 약식기소(나중에 시즌 끝날 때 까지 감독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이면조건이 있었다)로 벌금 100만원을 물고 석방되었으나, 김 감독은 구속되면서 받은 충격으로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고 이후 야구감독을 맡지 못했다.

당시 야구광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TV로 야구를 시청하지 않았었다면 김 감독의 행위는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스포츠는 스포츠 일뿐

야구는 야구 일 뿐이다.

경기장 안에서 벌어진 일로 구속까지 당해야 하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지나친 공권력의 개입이다.

그러나 고의로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 용서 받을 수 없다........물론 미필적 고의도 범죄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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