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문가 칼럼=기영노 스포츠평론가]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 서비스 즉 SNS에 ‘광화문 연가’의 가수 이문세씨가 전두환과 테니스를 함께 치는 친구라는 글이 퍼졌다.

그러자 이문세 씨는 2017년 12월28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팩트는 15년 전 쯤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을 맡았을 때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전두환 대통령과 딱 한 세트(21득점제)를 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을 했다.

이문세 씨는 연예인 가운데 운동신경이 가장 발달한 1퍼센트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100m도 12초대에 주파하고, 배드민턴 실력도 아마추어로서는 최정상급이다. 그러나 테니스는 치질 않는다.

그러나 전두환 씨는 테니스 매니아다. 아니 전두환 씨 뿐만 아니라 군 장교 출신들은 거의 모두 테니스를 즐겨 친다. 체력단련의 일환으로 부대 안에 테니스 코트가 있기 때문에 스타는 물론 영관급 심지어 위관급 장교만 해도 어느 정도 테니스를 칠 줄 안다.

전두환 씨는 육군사관생도 시절 축구 골키퍼 겸 주장을 맡았었고, 개인적으로는 복싱도 했다. 운동신경이 매우 발달했기 때문에 테니스를 많이 치지도 않았는데도 실력은 매우 뛰어났다.

테니스 실력만 놓고 보면 전두환 보다는 노태우 씨가 더 좋았다. 노씨는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엄청난 스피드로 럭비부 주장을 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테니스를 매우 즐겼다.

노씨는 청와대 안에 테니스 코트에서 국가대표 급 선수나 코치들을 불러 친선경기를 했고, 국가대표 출신 최 모 코치에게 강남 양재동에 있는 실내테니스 코트를 운영할 수 있는 특혜를 베풀어 주기도 했다.

 

황제 테니스 즐긴 이명박 전 대통령

일명 ‘황제 테니스’사건으로 잘 알려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짜 테니스 사건은 2006년 3월31일 YTN이 보도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울시장이 서울시 테니스협회의 초청을 받아 ‘공짜 테니스’를 상습적으로 즐겼다. 그러나 협회 측과 테니스장 운영자 사이에 테니스장 이용료를 둘러싼 마찰이 빚어졌다.

그러자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자신이 사용한 이용료 600만원을 뒤늦게 대납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테니스에 얽힌 추문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나왔다.

이명박 서울 시장이 전국에 폭우가 쏟아지는 위급상항에도 공짜 실내 테니스를 친 것이 확인되었고, 서초구에 있는 실내 테니스장 천장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름 및 ‘용龍’자와 ‘귀龜’자가 들어간 상량문(上樑文)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매주 오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실내 테니스코트 한 면을 편법으로 독차지해 사용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올림픽 공원 내에 있는 실내 테니스장은 사용을 희망하는 날짜의 일주일 전부터 인터넷 홈 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선착순으로 예약을 할 수 있는데,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는 온라인 예약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코트 독식이 문제가 돼

이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실내 코트 하나를 독점해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의 온라인 예약이 불가능했다.

올림픽 공원 테니스장에는 4개의 실내코트가 있는데 그 중 3개 코트에서는 토요일 오전마다 강습이 있어서 일반인이 쓸 수 있는 코트는 사실상 1개 뿐 이었는데, 그 마저도 이 전 대통령이 독식을 해서 일반시민이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테니스는 수준급

박근혜 전 대통령은 테니스계에서는 공주 대접을 원치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황제 테니스를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테니스 실력은 웬만큼 치는 여성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 청와대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를 제대로 배웠고,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 당 총재 시절 동료의원이었던 정몽준 씨와는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인데 국회의원 초, 재선 시절 가끔 만나서 함께 테니스를 즐기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인 1990년대 초 삼성동 자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논현동 경복아파트 인근의 실내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를 쳤다. 당시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 주로 청와대를 출입했었던 기자 또는 동네 사람들과 테니스를 즐겼다.

박 전 대통령은 테니스를 한번 시작하면 2시간 또는 3시간 이상 친 적도 많았다. 특히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들과는 콤비가 잘 맞았다. 청와대 시절에 함께 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테니스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거나 백화점에 들러서 테니스화나 라켓 등 테니스 용품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테니스 원정을 가기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사범 후배였던 당시 김민하 중앙대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을 거의 매주 불러내 함께 테니스를 치며 (부모를 흉탄에 잃은 것에 대한)위로를 해 주기도 했었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철저하게 몸과 마음이 고립되었었던 박 전 대통령에게 테니스는 유일한 위안거리였던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30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고(故) 육영수 여사 탄신 84주년 숭모제’에 참석한 뒤 행사에 온 친박의원 10여명과 점심식사를 함께 한 자리에서 과거 자신이 즐겼었던 테니스를 화제에 올렸었다.

박 전 대통령은 “테니스를 잘 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편하게 치려고만 하면 실력이 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는다”며 원론적인 말을 한 뒤 “우리의 삶도 결국 테니스와 같은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자신의 테니스 관을 펼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 전에 즐겨 말했었던 ‘원칙’ ‘신뢰’ ‘약속’을 중요시 하는 인생관이 테니스를 배우고 즐기면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과연 모든 것이 허세로 드러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본인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정현, 클레이코트 시작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정현(세계랭킹 19위) 선수가 오는 4월23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총상금 251만900 유로)으로 클레이코트 시즌을 시작했다.

정현은 바르셀로나오픈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다. 세계랭킹 19위로 9번 시드를 부여받은 정현은 1회전 부전승이 확정되면서 일찌감치 2회전 진출을 확정했다.

아직 예선전이 시작되지 않아 2회전 상대는 정해지지 않았다. 1회전을 통과한 선수와 3회전 진출을 다투게 된다.

정현 선수가 바르셀로나 오픈으로 시동을 거는 클레이코트 시즌의 정점은 5월27일 개막하는 프랑스 오픈이다.

정현은 클레이코트에 최적화 되어 있는 선수다.

지난해에도 정현은 바르셀로나 오픈 8강, BMW 오픈 4강 등의 결과를 냈고 프랑스오픈에서는 당시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인 3회전까지 올랐었다.

올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호주오픈 4강의 시발점이 어떻게 보면 지난해 클레이코트 시즌이었던 셈이다.

클레이코트는 공이 한 번 튀긴 이후 스피드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라운드 스트로크 대결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는 정현에게 유리한 장소로 평가된다.

클레이 코트에 약한 로저 페더러는 올해도 프랑스 오픈에 출전하지 않는다. 그리고 프랑스 오픈에서만 10승을 올린 라파엘 나달은 역시 올해도 프랑스 오픈 우승후보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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