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오는 3월 임기만료 후 퇴진해야하는 비운을 맞았다. 차기회장 도전이 가능하지만 현직 은행장이라는 막강한 프리미엄을 잃은 상황에서 회장경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회장후보로 추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 많다(사진=뉴시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오는 3월 임기만료 후 퇴진해야하는 비운을 맞았다. 차기회장 도전이 가능하지만 현직 은행장이라는 막강한 프리미엄을 잃은 상황에서 회장경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회장후보로 추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 많다(사진=뉴시스)

[조현선 기자]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스럽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한금융 인사에서 연임에 실패한 것을 두고 "주변에서도 임기를 3개월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인사를 단행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번 인사를 두고 '세대교체'를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는 5개 주요 자회사의 CEO 5명 중 4명이 이번에 퇴출됐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1일 신한은행은 신한금융 자회사 임원진 인사를 발표했다. 은행과 카드, 증권, 생명 자산운용 등 신한의 핵심 그룹사 5곳의 CEO는 신한금융 회장의 당연직 후보인데, 신한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사장단 전원이 교체됐다.

◆ “회장 후보군 5명중 4명 퇴출...이해 안된다” 불만 토로

신임 신한은행장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이 내정됐다. 위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전임자 임기가 3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서 차기 행장 인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위 행장은 신한금융 측이 2008년 이상득 전 의원에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으로 인해 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건 아니라고 봤다. 그는 "은행장 선임 당시 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와 은행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법적 검토를 오랜 시간 충분히 거쳤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조 회장과는 인사 이후로 대화한 적 없다"고 밝히고, '퇴출 됐다고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한다"며 "조직의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겠다"고 언급했다.

이로써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에도 큰 변화가 있을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CEO 인사들에 변화를 주지 않았으나, 이번 인사 단행으로 후임자 선정에 본인의 의중을 더욱 강하게 반영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 27일, 자경위 의견 수용 때 조기 퇴진 가능성

현재 신한금융 계열사 CEO 대다수는 한동우 전 회장이 임명한 이들로, 조 회장은 올해 초에도 임기를 마친 6명의 CEO중 5명을 유임시켰다.

위 행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일까지 사퇴 없이 인수인계를 진행한다. 위 행장은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가 일본 근무 18년을 포함해 최근 20년 간 국내 영업경력이 없기 때문에 인수인계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해진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날 것인지 아니면 이사회 결정 직후 물러날 것인지 전망이 엇갈린다. 특히 오는 27일 열리는 신한은행 이사회에서 자경위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경우 조기에 물러난 뒤 오는 2020년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출사표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위 행장이 최근 부각된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전념한 뒤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차기 회장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경우 나머지 임기를 채우기 보다는 이사회 결정 뒤 조기에 물러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위 행장은 전격 경질 소식에 22일 출근하지 하지 않고 자택에서 칩거한 채 측근들과 향후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 행장은 충분한 예고도 없이 신한금융 자경위가 기존보다 두 달 가량 속전속결식 인사를 단행한 데 따른 충격이 매우 컸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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