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좌)와 김광현.(사진=뉴시스)
이정후(좌)와 김광현.(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 한국 대 대만의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2차전 경기가 12일(한국시간) 저녁 7시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조조 마린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오늘 경기는 한국은 물론 대만에게도 매우 중요한 경기다.

만약 한국이 대만을 제압하면 오늘 낮 12시 경기에서 멕시코가 이미 호주를 3대0으로 꺾었기 때문에 한국의 도쿄 올림픽 행이 확정된다. 메이저리그 행을 선언한 선발 투수 김광현은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행 수락)을 망설이고 있는 SK 구단과 (김광현을 탐내는) 메이저리그 구단에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

한국과 싸울 대만은 한국에 패하면 사실상 도쿄행이 어려워진다. 대만은 1차 예선에서 일본에게 1패, 어제 멕시코에 2대3으로 패해 2연패를 당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어 12’에 출전한 12개국 가운데 아시아 1위(한국, 호주, 대만)를 해야 하는데, 오늘 한국이 대만을 이기면 한국은 3승, 대만은 3패가 돼서 남은 2경기에서 한국이 2연패, 대만이 2연승을 올리더라도 한국이 앞서게 되기 때문이다.

호주는 오늘 멕시코에 0대3으로 패해 3연패를 당하고 있어 탈락이 확정됐다.

오늘 한국은 김경문 감독이 왼쪽 투수 김광현, 대만은 홍이충 감독이 오른쪽 투수 25살의 장이를 선발로 내세운다. 장이는 대만 출신이지만 일본에서 야구를 했다. 후쿠오카 제일고등학교를 나와 니혼 게이자이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17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 팀에 입단 했다. 2019 시즌 중반까지는 외야수로 활약했었지만 지난해 6월 투수로 전향을 했다. 패스트 볼이 150km 대까지 나오고, 제구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이는 2019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 소속으로 6게임이 선발로만 출전, 2승4패 방어율 5.93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프리미어 12’ 대만에서 벌어진 1차 예선 대회 두 번째 경기 베네수엘라 전에 나와 7이닝 4안타 2볼넷 6탈삼진으로 승리(3대0승) 투수가 됐다.

◆ 한국 대 미국, 5대1로 이기고 슈퍼라운드 2연승 챙겨

한국은 지난 11일 도쿄 돔에서 벌어진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미국을 5대1로 제압했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벌어진 ‘프리미어 12’ 예선 라운드에서 10개의 홈런을 터트렸고, 한국은 고척 돔에서 치러진 예선 3경기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었다. 그러나 어제 경기에서 김재환 선수가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렸고, 미국은 0대3으로 뒤지던 6회초 브랜트 루커 선수가 양현종 선수의 실투를 그대로 받아쳐 솔로 홈런 1개를 기록했을 뿐이다.

어제 선발투수 양현종은 5⅔이닝 10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양현종 투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의외로 많은 안타를 허용했으나 위기 때 마다 삼진과 병살타 범타로 위기를 넘겨 갔다.

양현종은 1회 초 2루타와 볼넷, 단타로 1사 만루에 실점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제이콥 크로넨워스, 루커를 연속해서 헛스윙삼진을 요리하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국은 1회 말 1사 후 김하성이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이정후가 우전안타로 1,3루 찬스를 잡았다. 박병호가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으나 김재환이 미국 선발 코디 폰스로부터 3점 홈런을 빼앗으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한국은 양현종에 이어 이영하, 이용찬 그리고 키움 팀 뿐 만 아니라 한국 대표 팀의 마무리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조상우가 9회 초에 나와 무실점으로 막았다.

◆ ‘전설’ 장효조 선수 넘어서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

국내 프로야구 계에서 안타를 잘 치는 타자가 나오면 ‘제2의 장효조’라고 부른다.

장효조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타격왕 3연패(1985~1987)를 차지했고,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안타치는 기술이 뛰어났다. 장효조의 통산 타율도 0.331로 역대 최고다.

장효조 이후 1991~1992 타격왕 2연패를 차지한 이정훈, 메이저리그를 거친 김현수(통산 타율 0.323), 그리고 손아섭, 김태균(통산 타율 0.325)가 나왔지만 장효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제 이정후가 장효조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프리미어 12’는 SBS에서 독점으로 중계를 하고 있다. 이순철 이승엽 두 해설자들은 이정후가 몸 쪽 볼은 당겨서, 바깥쪽 볼은 밀어서 안타를 치는 것을 보면서 “천재다 천재”라고 하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미국과의 경기에 3번 중견수로 출전해 4타수 3안타(2루타 2개)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한 경기 3안타 경기는 이번 대회 시작 후 처음이다. 서울 C조 예선라운드에서도 매 경기 안타를 때리며 9타수 4안타(2루타 3개)를 기록했었다.

이정후의 이번 대회 타율은 0.538(13타수 7안타)까지 올라갔다.

이정후가 오늘 대만 투수들을 얼마나 괴롭힐 것인지 한국 야구팬들은 아버지 이종범은 물론 고 장효조 선배까지 넘어서는 ‘바람의 손자’를 바라보는 것이 매우 즐거울 뿐이다.

◆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어 미국과 오심 악연

어제 미국과의 경기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19년 만에 또 오심이 나왔다. 그것도 한국이 불리하게 판정을 받은 판박이 오심이었다.

한국이 3-0으로 앞선 3회말 1사 이후 김하성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이정후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다. 그 타구에 김하성은 타구가 외야수에게 잡힐 듯해서 약간 주춤했지만, 그 후 전력질주 해 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일본 국적인 시마타 테츠야 주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주심은 미국의 에릭 크라츠 포수 뒤에 있었기 때문에 김하성의 손이 크라츠의 무릎 밑으로 파고들면서 홈을 터치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김하성은 억울해 했고 한국 벤치는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느린 화면상으로도 김하성의 손은 홈 플레이트를 막아서고 있던 에릭 크라츠 포수의 무릎 밑으로 파고들어 홈에 닿았다. 김하성의 손이 설사 홈에 닿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국 포수 에릭 크라츠의 김하성에 대한 태그는 없었다.

김하성 선수는 나중에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만약 만루상태라면 태그 없이 포스아웃 상태라 아웃이 맞는다. 그러나 1사 1루 상태라 반드시 홈에서 태그를 해야 한다. 하지만 끝내 태그가 없었는데 아웃을 선언했다.

비디오 판독을 한 후에도 김하성의 아웃은 번복되지 않았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만약 김하성의 득점이 인정이 되었더라면 한국은 4대0으로 앞서고 찬스를 더 이어갈 수 있어서 더욱 쉽게 미국을 이겼을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에서 한국은 오심 때문에 동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오심의 혜택을 본 미국은 금메달을 땄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미국과의 준결승전 한국은 7회 초까지 2-1로 앞서 나갔다. 7회 초 종료 뒤 비 때문에 경기는 두 시간 중지됐다. 심판들이 집중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을까, 한 이닝에 두 번이나 오심이 나왔다. 그것도 두 번 모두 한국에게 불리한 오심이었다.

1사 뒤 미국 6번 타자 마이클 킨케이드는 3루수 김동주 앞으로 기습 번트를 댔다. 김동주의 송구는 킨케이드가 1루를 밟기 전 이승엽의 미트에 꽂혔다. 공이 먼저 1루에 닿는 모습이 명백하게 보였다. 그러나 판정은 세이프였다. 2사에 주자가 없어야 하는데 1사1루로 변했다. 그런데 한 이닝에 두 번의 오심이 나왔다.

오심 때문에 살아난 주자 킨케이드는 대주자 구키 도킨스로 교체됐고, 7번 덕 민트키비츠가 타석에 섰다. 민트키비츠의 우전 안타 때 도킨스는 3루로 달렸다. TV 화면상으로는 완전한 아웃이었다. 그러나 3루심 판정은 세이프 였다. 결국 다음 타자 마커스 젠슨의 희생플라이로 한국은 동점을 허용했고, 9회 말 민트키비츠의 끝내기 홈런으로 패했다.

이 때문에 한국을 한 이닝에 오심 두 번으로 이긴 미국은 결승전에 올라 쿠바를 4대0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땄다. 한국은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으나 3대1로 이겨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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