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반 브렉시트 시위 (사진=옥승철) 

[뉴시안(런던)=옥승철 유럽연합통신원] 중세까지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낙후됐지만 문명사의 대전환을 가져온 세계 최초의 산업혁명을 이뤄내며 전 세계를 재패하며 해가지지 않는 나라가 됐던 영국.

영국은 역사적으로 위기였을 때 혁신과 발상의 전환 그리고 과감한 결정으로 항상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다. 문명사의 큰 전환을 가져온 산업혁명도 그러하였고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에 고통 받는 영국을 구해낸 영국 총리인 마가렛 대처의 과감한 대처리즘 정책 또한 그러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16년, 영국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와 2011년 유럽재정위기를 겪으며 위기에 대한 돌파구로 브렉시트라는 초강수를 내놓았다. 하지만 과연 이번 결정이 영국을 위기에서 다시한번 구해낼 수 있을까?

브렉시트 투표가 끝난 1년 후인 2017년 나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의 공공정책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고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던 탓인지 영국 학생들을 만나면 브렉시트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눴고 학교 수업에서도 브렉시트 찬반 토론을 하고 관련 정부 실무자를 초청하여 강연을 열었을 만큼 브렉시트는 영국 지성인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1년간의 수업을 끝마치고 졸업식을 위해 거의 1년 만에 영국을 다시 방문했다. 옥스퍼드로 이동하기 전 런던에서 잠시 이틀 동안 머물렀다. 오랜만에 돌아온 런던은 브렉시트 반대 시위로 곳곳이 혼란스러웠다. 브렉시트 투표가 치뤄진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논란은 더욱 커져가는 것 같았다. 시위 현장에 가까이 가보니 유럽연합기와 영국국기가 함께 휘날리고 있었고 시위자들은 영국국기와 유럽 연합기를 합친 디자인의 옷을 입고 브렉시트의 부당함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럼 브렉시트는 과연 무엇이길래 아직까지 영국의 뜨거운 이슈일까? 브렉시트(Brexit)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단어로 영국(Britain)과 탈출(Exit)이 결합한 합성어이다. 2015년 영국의 케머런 총리는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찬성 51.9%로 탈퇴가 결정됐다.

전 세계와 특히 유럽연합 국가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 유럽연합은 2011년 유럽재정위기 속에서 탈퇴를 고심하였던 다섯 개 국가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를 잔류시키기 위해 온갖 당근 정책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럽연합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영국이 느닷없이 유럽연합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영국은 그럼 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을까? 그리고 브렉시트에 찬성투표를 던진 계층은 어디일까? 브렉시트의 근본적인 이유는 일자리 등 경제 이슈에 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2011년 유럽재정위기 등을 거치며 그리스, 스페인 등을 포함한 PIIG 국가들의 경제가 몰락하였고 실업률이 치솟은 이들 국가들로부터 비교적 경제가 튼튼한 영국으로 이주자들이 급격하게 유입됐다.

특히 비숙련 노동자 뿐 만 아니라 숙련된 육체노동자 등 블루칼러, 일반 사무직 등 화이트 컬러 등의 광범위한 노동자 계층이 영국으로 유입됐으며, 이들은 영국의 대학 강사, 교사, 보건 노동자, 일반 회사원, 단순 육체 노동직 까지 침범하며 영국의 하위계층부터 중간계층 영국인들의 삶에 위협을 가했다.

또 영국에서 이주민들이 3개월 이상 일할 경우 영국 자국민과 똑같은 사회보장 대우를 받을 수 있는데 자녀 양육, 집세 보조, 의료 등의 복지 혜택을 이주민들이 받음으로서 영국 국민들 사이에 자신들의 세금으로 이주민들을 도와주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러한 이유들로 영국의 많은 사람들은 반 세계화와 반 이민을 정치구호로 외치는 정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의 삶이 점점 어려워지는 원인을 이주자들로부터 찾았다.

유럽의 이주자와 지지정당의 관계를 연구한 알건(Algan)과 그의 동료학자들에 의하면 ‘삶의 만족도가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이주자들이 자신의 직장을 빼앗아 간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이주자들을 다시 몰아냄으로서 자신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런던의 반 브렉시트 시위 (사진=옥승철) 

하지만 실제로 브렉시트가 이루어지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인가는 불분명하다.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들은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GDP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브렉시트는 특히 개인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영국의 GDP가 EU에 잔류했을 때보다 –3.8~7.5%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렉시트 이후 생겨날 여러 규제와 변화에 대비해 많은 기업들이 유럽대륙으로 옮겨가고 관세로 인해 수출이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50개의 기업이 영국을 떠나 유럽대륙에 거점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으며, 맥킨지의 조사에 의하면 EU 6개국의 대기업의 경영자 800여명 중 46%는 지난 2년간 영국 투자를 줄였다고 답했다. 

이러한 경제적인 우려와 일부의 브렉시트에 대한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더욱 우경화 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 당이라는 신생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이 2019년 유럽 의회 선거에서 유럽의회 내 영국 정당 중 영국에 배정된 73석 중 29석을 확보하면서 유럽의회 내 영국 정당 중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영국은 극우 포퓰리즘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와 국민 모두 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극우 포퓰리즘의 흐름은 유럽의 경제가 회복 돼 이주자들이 줄어들지 않는 한,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가 내전을 멈추고 난민들이 줄어들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으로는 브렉시트는 세계화의 흐름에 위배되기 때문에 결국 영국을 구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고립주의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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