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대회가 열리는 일본으로 출국 전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복장점검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대회가 열리는 일본으로 출국 전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복장점검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 지난 17일 막을 내린 제2회 ‘프리미어 12’에서 대만, 일본에 3연 패를 당한 김경문 호에 대한 야구팬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고집의 야구’ 또는 ‘불통의 야구’로 전락해 대만에게 완봉패(0대7), 일본에게 굴욕적인 2연패를 당했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 야구는 저변인 고등학교 야구팀이 한국(80개)보다 50배나 많은 4000팀이 넘고, 프로야구 팀도 12개 팀이나 된다. 프로야구 역사도 한국 프로야구 보다 두 배나 더 많은 7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 한국보다 나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한·일 맞대결 성적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대표 팀의 집중력과 한, 일 감정 그리고 코칭 스텝 진의 지도력으로 전력 차이를 극복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 ‘프리미어 12’에서는 김경문 감독의 특정선수 기용과 한 발 늦은 선수 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프리미어 12’대표선수 선발은 지난 2018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처럼 병역문제가 걸려 있지 않아서 그런지 선수선발로 인한 잡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야구인들은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가 키움 히어로즈 팀에 4전 전승을 올렸을 때 두 번이나 결승타를 때리면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었던 오재일(두산) 선수가 빠진 것을 아쉬워 하기는 했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두산 베어스 김재한 선수는 한국시리즈 때부터 부진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경기에서 중심타선을 이뤘고, 양의지 포수는 타격 왕 다운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치른 8경기(예선 3게임, 슈퍼라운드 4게임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모두 선발로 나왔다. 양의지에 밀려 있던 박세혁 포수는 한국시리즈에서 오재일 선수와 MVP를 다툴 정도로 투, 타에서 절정의 컨디션을 보였었지만, 출전기회를 별로 갖지 못했었다.

결승전에서는 양현종 선수의 스피드와 제구력이 모두 좋지 않았고, 일본이 양현종의 체인지업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나와 펑펑 얻어맞는데도 불구하고 3회까지 70개 이상의 공을 던지며 3점 홈런 포함, 4실점을 당할 때까지 그대로 방치했다. 시속 158km의 초 강속구를 뿌리는 조상우 선수도 세 번째 투수로 나와서 2이닝(6회말 2사 3루, 8회말 2사 까지)이나 던지면서 볼 끝이 무뎌져 결국 뼈아픈 1실점(3대4~3대5) 당하는 바람에 사실상 승부가 갈라졌다.

결승전은 내일이 없는 경기다. 따라서 있는 자원을 모두 풀가동해야 한다. 당시 한국 팀 마운드는 경기직전 출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현과 전날 선발로 나왔던 이승호 투수 외에 1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 한국시리즈 4전 전패의 김경문 감독

김경문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이 한 번도 없다고 해서 ‘콩 경문’이라고 불린다. 김 감독은 콩 경문으로 불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베어스에서의 7년, NC 다이노스 팀에서는 5년 등 모두 12시즌 동안 1707 게임에서 897승781패로 0.525의 높은 승률을 올렸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다는데 있다.

두산 베어스 팀을 맡고 있던 2005년에는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삼성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0승4패를 당했다. 2007년엔 김성근 감독이 맡고 있던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2승을 올린 후 4연패로 준우승, 이어 2008년 김성근 감독의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1승을 올린 후 내리 4연패를 당했다. 또 신생팀 NC 다이노스 팀을 2016년은 한국시리즈 까지 끌어 올렸으나, 친정팀 두산 베어스(김태형 감독)에 0승4패 스윕 패로 무너졌다.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4번 올랐지만 모두 패했고, 한국시리즈 성적도 3승12패(승률 0.250)으로 역대 감독 중 최하위다. 반대로 한국시리즈 성적이 가장 좋은 김응룡 감독의 한국시리즈 10전 전승, 40승2무11패(승률 0.785)와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팀을 한국시리즈 4연속 우승(12승8패),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최근 5시즌 연속(2015~2019) 한국시리즈 진출, 3승2패(12승8패)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 김경문 감독은 대표적인 운짱(운장:運將)

스포츠 팀의 감독들은 덕장(德將), 지장(智將), 용장(勇將)이 있지만 그 가운데 최고는 역시 운장(運將)이다.

운 장(運將)은 운이 따르는 감독을 말한다. 그러나 그 운 장(運將)도 운(運)이 다하면 오히려 악(惡)장이 될 수도 있다.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우승(예선 7전 전승, 준결승과 결승 승리)을 차지할 때 운이 가장 좋았다. 이번에 별다른 잡음이 없이 2회 ’프리미어 12‘ 대표 팀의 감독이 된 것도 ’2008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야구 역사에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멤버도 역대 급 이었다.

수년 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류현진, 오승환, 투수에 김현수, 이대호 선수, 그리고 메이저리거 급인 봉중근, 이승엽에 역대 최고의 잠수함 투수 정대현 등이 투, 타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역대 급 테이블 세터라는 이용규 정근우가 1,2번을 맡고 있었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 ‘기다리는 야구’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효과를 봤다.

홈런 타자 이승엽은 일본과의 준결승전 전까지 23타수 3안타로 극도의 부진을 기록하고 있었고, 그날 경기에서도 무사 1.3루에서 병살타를 때리는 등 컨디션이 극도로 좋지 않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승엽을 믿고 끊임없이 기용을 했다.

8회, 2대2 상황, 1사 1루에서 일본의 이와세 히토키 투수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 이승엽을 상대로 철저하게 바깥쪽 승부를 고집하면서 원 볼 투 스트라이크 까지 몰아넣고, 이승엽의 허를 찌르려는 듯 몸 쪽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회심의 투런 홈런으로 김경문의 믿음에 보답을 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문 감독은 대타 성공률이 5할에 이르는 등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지도력을 발휘, 예선 7전 전승, 일본과의 준결승과 쿠바와 결승전을 모두 이기며 올림픽 야구 사상 처음으로 9전 전승, 완벽한 금메달을 이끌어 냈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금메달은 김경문 감독을 ‘명감독’ 반열에 오르게 하는데 충분한 이력이 됐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2회 프리미어 12 감독’을 맡을 때 ‘2020 도쿄올림픽 감독’도 패키지로 묶어서 계약을 했다. 따라서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2020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도 김경문 감독이 맡게 된다.

그러나 ‘프리미어 12’에서 김 감독의 한계가 드러났다. ‘믿음의 야구’가 ‘고집의 야구’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김 감독과의 계약만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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