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했다.(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했다.(사진=뉴시스)

[뉴시안=박재형 기자]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문’은 미국이 대중(對中) 관세를 일부 완화하는 조건으로 미국산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게 주요 핵심이다. 

이 서명문은 약 90쪽 분량으로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농산물, 금융서비스, 거시정책·외환 투명성, 교역 확대, 이행 강제 메커니즘 등 8개 챕터로 구성됐다.

재선이 필요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의 핵심 지지층인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 표심을 의식해 가장 주력한 부분은 ‘농산물’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장벽’을 낮추는 데 성과를 냈다. 

그밖에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적인 기술이전, 금융서비스, 환율·통화정책 등에서 중국의 경제·무역 관행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미 무역대표부(USTR)는 별도의 자료에서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2단계 협상에서 이들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앞으로 2년간 미국산 재화·서비스를 2000억 달러(231조7000억 원)를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부문별로는 공산품 777억 달러, 농산물 320억 달러, 에너지 524억 달러, 서비스 379억 달러 등이다. 2017년 수입물량 기준으로 이 금액을 더 구매한다는 뜻이다. 

2년간 누적 분으로, 올해와 내년의 구입물량은 상당폭 차이가 있다.

중국은 올해 미국산 공산품 329억 달러, 농산물 125억 달러, 에너지 185억 달러, 서비스 128억 달러로 모두 767억 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한다. 

내년에는 공산품 448억 달러, 농산물 195억 달러, 에너지 339억 달러, 서비스 251억 달러 등 1233억 달러로 대폭 늘어난다.

세부적인 시기는 시장 여건을 감안해 해당 연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누적액 ‘2000억 달러’를 부각하고 있지만, 중국은 당장 올해 사들여야 하는 ‘767억 달러’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농산물 합의사항은 23쪽 분량의 별도 챕터로 반영했다.

지난 2017년 미국산 농산물 240억 달러를 사들였던 중국은 올해 365억달러, 내년엔 435억 달러어치로 각각 수입액을 늘리기로 약속했다.

쇠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가공육, 유제품, 쌀, 해산물, 과일·채소 등 품목별로 세부적인 합의사항을 부속 합의로 첨부했다.

전반적인 수출입 무역 합의를 담은 ‘교역 확대’ 챕터(28쪽)까지 감안하면, 전체 합의문의 과반이 미국산 재화·서비스의 대중 수출을 늘리는 내용으로 채워진 셈이다.

미국산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대가로, 미국은 기존 ‘관세장벽’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16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보류하고, 12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는 기존 15%에서 7.5%로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2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1단계 합의가 발효되더라도, 중국산 수입품 3700억 달러어치에 대한 25% 또는 7.5% 관세는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기존 관세를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상당부분의 관세를 유지함으로써 2단계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최소 10개월간 중국의 1단계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 이후에 추가관세 인하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11월 대선까지는 관세장벽을 남겨놓겠다는 뜻이다.

이번 합의가 ‘농산물’과 ‘관세장벽’의 교환방정식에 맞춰진 만큼, 다른 현안들은 상대적으로 선언적인 수준에 그친 모양새다.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를 금지하고,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적절한 형사처벌 조치도 약속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수립하기로 했다.

특히 제약업계의 특허를 보호하는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감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인수)를 지시하는 관행을 억제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의 약속이행을 강제하도록 관련 법률이나 규정을 개정하는 내용은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중순 협상에서 중국의 법률 개정을 요구했지만,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합의가 무산된 바 있다.

금융서비스 개방 또는 환율 이슈에서는 원칙적인 내용이 담겼다.

특히 환율과 관련해선, 경쟁적인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고 관련 외환 정보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미 재무부가 지난 13일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서 제외한 것도 이러한 합의내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별도의 분쟁 해결 절차도 담겼다.

합의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 실무급,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이른바 ‘비례적인 시정조치’ 권한을 규정했다.

중국의 약속이행 여부에 따라, 미국이 관세를 다시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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