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뉴시스)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뉴시스)

 

[뉴시안=김태수기자]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0일 지난해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62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8년(1조7643억원)보다 7.8% 감소한 실적이다. 자회사를 제외한 기업은행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4017억원이다.

기업은행의 실적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4년 만이다. 기업은행은 연결기준으로 지난 2016년 1조1626억원, 2017년 1조5085억원, 2018년 1조764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대규모 비경상적 비용이 발생한 것이 수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급격한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연간 0.09%포인트 하락해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이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며 "지속적인 중소기업 지원과 더불어 중기금융 노하우에 바탕을 둔 혁신금융으로 수익성 개선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NIM은 지난해 1분기 1.90%, 2분기 1.89%를 기록했지만 3분기 1.81%, 4분기 1.74%로 하락했다.이런 가운데 대손 상각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35%나 늘어나면서 추가 비용이 크게 늘었고, 통상임금 소송가액 증가 및 상여금, 퇴직급여 반영 가능성 등을 감안해 1212억원의 기타 충당금을 적립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2572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21% 밑돌았다"며 "통상임금, 성과급 퇴직급여충당금 반영, 일부 소송 등 약 1200억원의 기타충당금 추가전입이 실적부진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올 한해도 경영 환경은 녹록치 않다.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일제히 나서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을 둘러싼 경쟁 환경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말 기준 162조7000억원, 중기대출 시장점유율 22.6%로 중소기업금융 시장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기업은행의 상대적 강점이었던 순이자마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했다"며 "중소기업대출에서의 경쟁 심화에 따른 우려를 감안해야 할 시기"라고 짚었다.

이처럼 4년 만에 실적 고공행진이 멈추면서 윤종원 행장이 보여줄 경영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오는 20일 나올 기업은행의 정기인사가 그 첫 번째다.

기업은행은 통상 1월 중순 정기인사를 단행해 왔으나, 올해는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불거진 윤 행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으로 인사가 한 달 가량 밀린 상태다. 이번 인사는 우여곡절 끝에 단행되는 취임 후 첫 정기인사인 만큼, 윤 행장의 경영스타일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단추다. 다만 기업은행의 전통대로 임원과 직원 인사를 한 번에 내는 '원샷 인사'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윤 행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실력 중심, 성과주의 인사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 취임식에서도 신뢰, 실력, 사람, 시스템 등 4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윤 행장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며 "실력의 원천은 사람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와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힘쓰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외부출신인 윤 행장을 서포트할 기업은행의 '2인자'격인 전무인사(수석부행장급)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기업은행 전무이사는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면한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 등 다양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임상현 전무는 IBK저축은행 대표이사 출신이다.

또 부행장급에서도 큰 폭의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총 16명의 부행장급 임원 중 임상현 전무를 포함해 4명(배용덕·김창호·오혁수)은 이미 퇴임한 상태다. 최현숙·조충현 부행장은 이미 임기 '2+1년'을 수행한 상태여 교체가 예상된다. 최석호·정재섭·이상국·전규백 부행장 등 4명은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추가 연임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책은행임에도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마진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부진했던 것은 민영화에 대비, 가계 및 기업 분야에서 시중은행과 경쟁을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새로운 행장으로 정부 관료가 선임돼 과거와 다른 경영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대신, 국책은행으로서 기업은행 고유 업무에 주력한다면 이익의 안정성은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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