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와 서울 SK의 경기에서 SK 전태풍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와 서울 SK의 경기에서 SK 전태풍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농구선수들이 잇따라 한국농구(스포츠)에 쓴소리를 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은퇴를 한 하승진 선수에서부터 국가대표 센터 귀화 선수 라건아, 그리고 최근 은퇴한 혼혈출신의 전태풍 선수다.

세 선수들이 하는 바른말들을 타성에 젖어있는 지도층이나 선배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지적이 한국농구(스포츠) 발전에 금과욕조 같은 것들이어서 이제라도 한국농구(스포츠)의 패러다임을 현실(세계스포츠의 추세)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가 않다.

 

전태풍, 한국농구에 태풍 같은 쓴 소리

‘코로나 19’로 남자프로농구가 중단 되자 서울 SK의 혼혈선수 전태풍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전태풍 선수는 은퇴를 하면서 선수로서 할 수 없었던 말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미국 농구 명문대학인 조지아 공대 출신의 전태풍 선수는 우선 한국 선수들의 1대1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창의적인 플레이도 못한다고 했다.

창의적인 플레이는 기본기를 완벽하게 갖춘 다음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나오게 마련인데, 기본기조차 부족한 국내 선수들에게 그 같은 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1대1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공을 돌리게 되고, 공을 돌리다 보면 시간에 쫓겨서 무리한 슈팅을 남발하게 된다.

경기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태풍 선수는 훈련시간이 필요이상으로 많다고도 했다.

훈련할 때는 필요한 것만 집중력 있게 해야 하는데, 공연히 훈련시간만 길어질 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훈련시간을 줄여 남는 시간에 (농구)공부를 해야 하는데, 국내선수 가운데 공부를 하는 선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라건아, 진천 선수촌 당장 그만둬야

라건아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벌어진 FIBA 농구월드컵에서 한국이 1승4패로 25년 만에 본선(코트디브아르)에서 1승을 올렸다고 좋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F학점이라고 혹평을 했었다.

라건아는 한국 농구는 너무 쓸데없는 훈련을 많이 하고, 휴식 시간이 별로 없다. 그리고 선 후배간의 위계질서를 왜 그렇게 중요시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라건아는 FIBA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진천 국가대표 훈련원에서 합숙훈련을 했었다.

라건아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결과, 진천 선수촌에 장기간 선수들을 가둬놓고 훈련을 시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선수들의 합숙훈련은 대회를 앞두고 짧고 굵게 해야 하는데, 외출외박도 허락을 얻어가면서 해야 하고, 수개월 동안 장기간 훈련을 하는 것은 효과도 그렇거니와 인권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승진, 한국농구 망해가는 이유

한국농구 사상 최장신 센터(2m22cm)인 하승진도 지난해 시즌 종료(2018~19시즌) 직후 은퇴를 하면서 바른말을 했다.

하승진은 한국농구가 망해가고 있다면서 그 이유를 4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권위적인 지도자들이 대부분이고, 

두 번째는 강압적인 팀 분위기도 좋지 않고,

세 번째 선수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농구계의 고질적인 병.

그리고 네 번째 선수들의 부족한 팬 서비스를 꼽았다.

하승진 선수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농구뿐만 아니라 스포츠계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농구 선수들만 바른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종목 선수들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 다른 종목 선수들도 선수생활을 하면서 것은 농구선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느끼고(또는 당하고)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서 (자신이 느낀, 또는 당한) 문제점들을 지적해서 개선시킬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닐까?

농구선수들의 계속된 바른말 행진,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바위에 얼룩을 남기는 의미 있는 행동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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