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기업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IBK기업은행이 다른 업체의 이란 제재 위반 사건과 관련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미국 사법당국과 8600만달러(약1049억원)의 벌금(제재금)에 합의했다. 이란의 자금세탁을 도운 기업의 은행 거래를 충분히 감시하지 못한 혐의다. 

로이터통신 등은 20일(현지시간) 미 연방 및 뉴욕주 당국이 IBK기업은행에 대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86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기업은행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검찰은 2014년 5월부터 국내 무역업체 A사의 대(對)이란 허위거래와 관련 기업은행에 대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

A사는 이란과 제3국간 중계무역을 하면서 위장거래로 2011년 2월부터 7월까지 기업은행 원화 결제계좌를 이용해 수출대금을 수령한 후 해외로 미 달러화 등을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미 검찰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허위거래 당사자인 무역업자 케네스 종(Kenneth Zong)이 은행 계좌를 이용해 이란의 자금세탁을 돕는 것을 적시에 파악하지 못해 송금 중개 과정에서 미국의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조사 결과 알래스카주 출신의 종씨는 지난 2011년부터 IBK기업은행 은행 계좌를 이용해 이란과 10억 달러 이상의 불법 거래를 했다. 맨해튼지점의 원화 결제계좌를 이용해 이란 측에서 돈을 받고, 미 달러로 환전해 다시 보내는 수법을 썼다. 그는 이를 통해 1700만 달러의 수수료를 챙겼다.

미 법무부는 "종씨는 이란 정부로부터 건설자재 대금을 받아야 한다고 은행 관계자를 설득했다"며 "그는 은행 관계자를 속이기 위해 송장과 계약서, 청구서 등을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뉴욕당국은 "2014년까지 지속된 종씨 일가의 범행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IBK 기업은행이 이를 충분히 감시하지 못한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연방 및 뉴욕주 검찰에 5100만 달러를, 뉴욕주금융청에 3500만 달러를 각각 납부하게 된다. 

IBK기업은행은 2010년 한국이 미 제재를 준수하면서 이란과의 무역을 허용하도록 지정한 은행 2곳 중 하나다. 이후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지난해 해당 계좌가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은행은 수출입거래 시 필요한 서류들을 확인한다"며 "당시 이란 수출입거래에 필요한 서류들도 다 준비돼 있었지만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미비해 자금세탁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판단으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본사에 적립된 충당금 범위 내에서 제재금을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또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미국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 점을 수용해 시스템 개선과 인력 충원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한편 종씨는 대이란 제재 위반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 47건의 혐의로 미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한국에서는 2018년 말 거래 관련 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됐으며, 출국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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