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복소비'로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이에 면세점·백화점 업계가 명품 판매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복소비'로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이에 면세점·백화점 업계가 명품 판매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명품'이 뜻하지 않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자기 위안으로 명품 소비에 집중한 것이다. 그동안 소비하지 못한 것을 보복이라도 하듯, 고가의 소비를 하는 일명 '보복소비'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경영난 겪던 유통 업계, 명품으로 '웃음꽃'

면세점·백화점 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지만 명품 판매로 간신히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의 12월 해외명품 매출(1~15일 기준)이 지난해 동기 대비 35% 이상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명품 매출은 같은 기간 35.1% 증가해 가장 큰 폭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22.7%, 롯데백화점은 16%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면세점·백화점 업계는 코로나19로 창고에 쌓였던 면세품 재고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며 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또 유명 해외 브랜드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대기 줄이 이어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명품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는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명품의 가격은 치솟았지만 판매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구매를 위한 긴 줄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오르는데도 허영심 또는 과시욕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런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샤넬은 코로나19 시국에도 가격을 두 차례나 인상했다. 올해 5월 주요 제품 가격을 20% 가량 인상한다고 발표한 후, 오히려 백화점 앞에는 샤넬 제품을 사기 위한 열기가 뜨거웠다. 가격이 오르기 전 미리 구매해야 한다는 소비자 심리가 작용된 것이다. 

이후 11월에는 클래식백, 보이 샤넬 등 주요 제품들을 판매가를 2% 인상했다. 샤넬의 인기 제품으로 꼽히는 클래식 라지 핸드백은 1000만원을 돌파했다. 

크리스챤디올도 일부 인기상품 가격을 올렸다. 디올의 대표 제품인 레이디 디올 미디엄백은 550만원에서 620만원으로 인상됐다. 레이디 디올 라지 백은 620만원에서 670만원으로, 레이디 디올 미니 백은 445만원에서 510만원으로 올랐다.

◆2030, 떠오르는 명품 '큰손'

이같은 흐름 속에 2030세대가 명품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사이에서 '플렉스' 문화가 퍼지면서 명품에 대한 연령대 기준이 낮춰진 것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VIP 중 30대 이하 고객 비중은 2017년 15%에서 올해 21%까지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각각 4.8%와 17.4%였지만 올해 들어 11월까지 각각 7.8%와 21.4%로 늘었다.

백화점 업계들은 2030세대를 위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명품 브랜드에서도 포인트 적립 혜택을 부여한 '플랙스 카드'를 출시했다. 현대백화점도 백화점 업계 최초로 2030 전용 VIP 멤버십을 도입했다. 

명품 소비는 올해 연말까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은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시즌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고 있어 명품 소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백화점 업계는 물론 이커머스 시장은 명품 기획전을 다양하게 펼치며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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