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홈택스 등 주요 공공웹사이트에 적용할 민간전자서명서비스 시범 사업자로 ▲카카오 ▲이동통신3사의 패스(PASS) 인증서 ▲삼성 PASS ▲KB국민은행 ▲NHN페이코 등 5곳을 최종 선정했다. (사진=KT)

[뉴시안= 조현선 기자]지난해 12월, 개정 전자서명법 시행으로 1999년 도입 이후 21년간 이어오던 공인인증서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공인인증서가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히 민간 전자 서명 서비스로 옮겨갔다.

현재 국내 민간 인증 서비스 시장은 지난 2019년 출시된 이동통신 3사의 패스(PASS) 인증서가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 6월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를 출시했고, 네이버는 지난 3월 한발 늦게 '네이버 인증'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삼성 패스 인증서의 기세도 무섭다.

이들이 제공하는 인증 서비스는 어떻게 같고 또 다를까.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인증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먼저 카카오페이 인증서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 내 '더보기' 탭에서 카카오페이로 이동 시 홈 화면에 '인증' 버튼을 누르면 된다. 

카카오페이 인증서 발급을 위해서는 휴대폰, 은행 계좌 등 2단계의 본인 인증 서비스를 거쳐야 했다. 

'인증서 발급하기'를 누른 뒤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입력 후 계좌 인증 절차로 넘어간다.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해당 계좌에 입금된 1원에 대한 입금자명을 입력했다. 이어 인증서에서 사용할 비밀번호 설정 시 "인증서 발급이 완료됐다"는 문구가 나타났다.

기존의 '공인인증서'보다 발급 절차가 간단했다. 보안카드와 OTP 등 별도의 보안매체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어 편리했다. 인증서 유효 기간은 2년이다.

2030세대부터 4050세대까지는 '본인도 모르는 새에' 이미 인증 서비스를 발급해 이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의아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스며든 탓일까.

'네이버 인증'은 상대적인 인지도가 적었다. 네이버 인증이니 네이버가 발급해 준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해결책은 단순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네이버 인증', '네이버 인증서' 등을 입력하면 관련 페이지 안내를 최상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네이버 인증 안내 페이지로 이동 시 보이는 '인증서 발급'을 누르면 된다. '10초 만에 바로 발급받기'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설마, 싶었다.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한 후 약관에 동의하고, 본인 명의의 휴대폰 인증을 거쳤다. 아이폰 기준 기기 암호, 페이스 ID 등 생체 정보를 사용하도록 허용하겠냐는 안내 문구가 떴다. 네이버 인증서를 안전하게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알겠다고 했다. 순식간에 '인증서 홈'으로 넘어갔다. 인증서 발급이 완료됐다.

화면 기록 기능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해당 문구조차 확인하지 못했을 정도로 빨랐다. 실제로 걸린 시간은 약 20초가량이었다. 인증서 유효 기간은 3년이다. 20초 만에 3년간 사용할 수 있는 인증서가 생겼다.

앞서 안내된 메시지대로 10초 만에 발급은 불가능했으나, 카카오페이가 휴대폰 명의 확인 및 은행 계좌를 확인하던 것을 고려하면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인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현시점에서 공인인증서를 대신해 인터넷뱅킹 용도로 사용하기엔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시중 은행과의 제휴 협의가 많지 않은 탓이다. 현재 카카오는 제1금융권 중 SC제일은행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네이버는 오는 2월부터 이용할 수 있다. 다수의 증권사와는 제휴가 된 상황이나 은행 업무 등 금융거래용으로는 부적합해 '금융인증서' 등 타 인증서의 병행 사용이 필수적이다.

곧 다가올 연말정산은 어떨까. 앞서 행정안전부는 홈택스 등 주요 공공웹사이트에 적용할 민간전자서명서비스 시범 사업자로 ▲카카오 ▲이동통신 3사의 패스(PASS) 인증서 ▲삼성 PASS ▲KB국민은행 ▲NHN페이코 등 5곳을 최종 선정했다. 홈택스에서도 '간편서명 로그인'을 통해 이들 5종의 인증서만 사용 가능한 상태다. 

타 인증서 사용 제한에 대해 홈택스는 "해당 서비스는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에 따라 보안성 검증 등을 받은 인증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으며, 추후 '전자서명인증업무 운영기준 준수 사실 인정제도' 등을 통해 선정된 전자서명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나가겠다"고 안내했다.

쉽게 말해 연말정산 시 카카오 인증서를 발급받은 이들은 별도의 타 인증서가 필요 없지만, 네이버 인증서 발급자는 타 인증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추가 발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시점에서 어느 한 인증서에 정착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드시 PC를 이용해야 하며 OTP, 보안 카드 등이 필수였던 공인인증서와 달리 확실히 간편하고 빠른 발급이 가능했지만 갈아타는 것이 아직은 아쉽다.

민간 인증서 사업은 이제 막 성장하고 있다. 공인인증서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너도나도 인증서 사업에 뛰어들자 자연스럽게 다수의 인증서가 출시됐다. 공공기관 등이 이들 모두와 제휴를 맺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단, 그때까지 불편을 겪는 것도 고객의 몫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플랫폼의 힘을 기반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톡에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표 포털 네이버 아이디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덕분이다. 삼성페이만을 위해 새 스마트폰 구매 시 갤럭시 시리즈만을 고집하는 고정층이 존재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공인인증서를 대신할 쉽고 간편한 '국민 인증서'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진 구관이 명관일 테다. 다행히 재발급 기한이 꽤 남아있는 '구' 공인인증서와 타 인증서의 '문어발' 사용을 지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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