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래픽=박은정 기자)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래픽=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유통업계에서 최초의 CEO로 주목 받았던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퇴임한다. 임 대표가 취임한 지 3년 3개월 만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임 대표는 지난해 일신상의 이유로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등 회사 관계자들은 수 차례 만류했지만 최근 임 대표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대표는 7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개인적인 사유로 지난 5년 2개월여의 홈플러스에서의 시간을 마감하고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귀하고 소중했던 여러분과의 시간을 뒤로하는 심경을 표현하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 대표는 모토로라와 컴팩토리아를 거쳐 1998년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근무했다. 이어 바이더웨이와 호주 엑스고그룹 등에서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홈플러스와의 인연은 2015년 11월 재무부문장으로 영입되면서 시작됐다. 2017년 5월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승진했으며, 같은 해 10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임기 동안 무기계약직 직원 1만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홈플러스는 모든 무기계약직을 조건 없이 선임 직군으로 발령하고, 현재까지 임직원 99%가 정규직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유통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홈플러스의 입지도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2019년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영업이익은 1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9%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5322억원에 달했다.

또 2019년 홈플러스 전국 매장을 리츠(REITs,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츄얼펀드) 상품으로 만들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난항을 겪었다.

임 대표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은 임일순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전문이다.

사랑하는 홈플러스 가족 여러분

우리의 각 사업장에서 활기찬 새해를 시작하고 계시는 모든 임직원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뒤로하고 새로이 맞이하는 2021년 신축년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기쁨의 한 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오늘, 개인적 사유로 지난 5년 2개월여의 홈플러스에서의 시간을 마감하고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물러나고자 결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수개월 전 저는 회사에 퇴직의 의사를 표했고 차주 중반까지 근무하게 될 것입니다. 회사는 현재 원만한 후임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잘 완결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했던 여러분들과의 시간을 뒤로하는 심경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남은 수일 떠나기 전까지 많은 분들과 대면하여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추후 다시 한번 모든 분들에게 서면으로라도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들 건강 꼭 살피시며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1.1.7

대표이사 임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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