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앞서 내린 폭설이 채 녹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40분 거리가 4시간이 걸리는 기적을 경험한 이들이 속출했다. 길거리엔 누군가 포기하고 간 벤츠와 페라리가 처박혀 가뜩이나 막히는 길목을 틀어막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마저도 양반이다. 동이 틀 때까지 퇴근길에 있다 당일 연차를 쓴 이들의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6일, 수도권 지역은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퇴근길 갑작스레 쏟아진 눈은 서초·강남·송파·강동구 등 강남권에 집중됐다.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들이 속출했고, 일부 버스는 상가로 돌진하는 등 피해가 컸다. 

서울 서초구 관측소에서는 퇴근길 시작된 눈으로 6일 하루 동안만 총 13.7㎝의 눈이 내렸다. 경기 수원에는 9.4㎝의 눈이 쌓이는 등 강남과 가까운 경기권에도 많은 눈이 내리면서 10㎝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앞서 기상청은 5일 새벽 "수도권에 6~7일 사이 최대 5㎝의 적설이 내리겠다"고 전망했다.  당일인 6일 오후께나 되어서야 "저녁 7시부터 수도권에 3~8㎝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이 날씨 예보가 아닌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는 조롱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초 예보 수위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화살을 돌릴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마저 걷어찼다.

얼마 전 내렸던 눈 예보마저 빗나갔다. 지난 12일, 늦은 오후 시작된 눈이 퇴근 시간까지 이어지자 시민들은 곳곳에서 불편을 겪었다. 

그날의 예보는 어땠을까? 기상청은 오후부터 밤 사이에 경기 남·동부, 충남권에서 1㎝ 내외의 눈이 올 것으로 봤다. 강원 영서, 충북, 경북 북부·산지 등에서도 최대 5㎝의 눈을 예고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 전 지역에 걸쳐 예고 없이 내린 함박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6일 내린 폭설이 채 녹지 않은 상황에서 한파와 함께 길은 꽁꽁 얼어붙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그날'을 떠올리며 일찌감치 호텔 등 숙박업소를 이용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수도권에서는 약 일주일 전 겪었던 폭설의 악몽을 떠올린 이들이 차를 두고 지하철로 몰리면서 역사와 차량 등이 크게 붐볐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혼잡한 대중교통을 피하고자 다수의 기업이 탄력 근무제를 시행하는 것조차 무용지물로 느껴졌다.

이에 네이버가 나섰다. 어쩌면 포털이용자들의 불만을 더이상 온몸으로 막아내기에는 네이버 측이 벅찼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네이버는 기상청 예보 데이터에 글로벌 날씨 전문 기업인 '웨더채널'과 '아큐웨더'와 협업해 지난 7일부터 예보비교기능도 추가했다. 국내 6000여 개 지역의 날씨 예보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상 예보사별 정보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예보 비교 기능도 추가됐다. 기상청 외에도 다양한 출처의 날씨 정보를 비교할 수 있으며, 하루 평균 이용자 수만 약 30만명에 달한다. 

이같은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 됐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을) 의원은 예보정확도 지표 중 기상청이 공개하는 강수유무정확도(ACC)는 4년 평균 92.3%인 반면, 비공개 지표인 강수유무적중률(TS)은 46%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예보 가운데 절반이상이 오보였다는 것이다.

2017년 감사원의 감사 당시 기상청의 강수 유무 '적중률'은 2012년 47.7%에서 2016년 45.2%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상청은 ACC·TS·임계성공지수(CSI) 지표를 공개하기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 이어지고 있다. 

10번의 비(雨)가 내린다면 겨우 4.5번을 예고하며 오면 말고, 안 오면 말고 식의 예보는 겨우 면했다.

그러나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두 차례의 난리 통을 겪으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시국에 눈길의 사고로 예상 못 한 지출을 해야 할 차주들의 사연은 다양하고, 생업이 걸려있는 이들이라면 당분간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살것이다.

이쯤 되면 '억' 소리 나는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는 뭘 하는 건지 궁금하다는 익숙한 멘트가 떠오른다. 

기상청에 호소한다. "이 시국만이라도, '돈값'이 어렵다면 '이름값'이라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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