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불가리스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직접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기로 했다. 불가리스 논란으로 이광범 대표도 사퇴해 남양유업 내부에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원식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어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런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사건에 이어 세 번째다. 다만 홍 회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고개 숙여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남양유업이 최대 위기 상황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앞서, 이광범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3일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최근 발생한 참담함 일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혼선으로 일각에서 최선을 다하는 직원과 대리점 등 남양 가족들에게 커다란 고통과 실망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실책에 대한 비난은 무엇이든 달게 받겠다"며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인체 실험을 하지 않은 채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경찰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또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도 통보했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이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사과문 전문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1. 5. 4 남양유업 회장 홍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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