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 '디올(Dior)’의 팝업스토어 매장에서 모델들이 '디올(Dior)’의 2021 가을-겨울 컬렉션을 소개하고있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 '디올(Dior)’의 팝업스토어 매장에서 모델들이 '디올(Dior)’의 2021 가을-겨울 컬렉션을 소개하고있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뉴시안= 박은정 기자]명품 가격이 '사악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부터 빨라졌던 명품 인상 흐름이 새해부터 지속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격을 올릴수록 명품에 대한 수요와 희귀성이 높아져 오픈런에 이어 노숙런까지 등장하고 있다. 

◆샤넬·디올·롤렉스 등 '또, 또, 또 인상'

20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패션업체 크리스찬 디올은 최근 핸드백 주요 제품 가격을 8~20% 인상했다. 디올 인기 상품 '레이디백'은 110만원이나 올랐다. 530만원이었던 미니 사이즈는 20% 올라 640만원으로, 미디엄 사이즈는 650만원에서 16% 인상돼 760만원이다.

샤넬은 과감하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샤넬은 지난 14일 핸드백 제품을 최대 17% 인상했다. 샤넬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한 바 있는데, 약 두 달만에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에 인기 상품 '코코핸들 미디엄 사이즈'는 610만원에서 677만원이다. 

프라다는 지난 한 해 동안 가격을 6차례 인상했다. 스위스 시계 업체 롤렉스는 새해 벽두부터 주요 가격을 10~15% 인상했다. 롤렉스 인기 모델인 서브마리너 오이스터 41㎜ 오이스터스틸은 1142만원에서 1290만원으로 올랐다.

명품 업체들은 일제히 글로벌 가격 정책, 환율 변동, 제품 원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입장이다.

'하늘의 별 따기' 된 명품 구매

명품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음에도 가격만큼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베블런 효과(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조금이라도 상품을 구매하고자 한겨울에 백화점 앞에서 텐트를 치고 입장을 기다리는 오픈런 또는 노숙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인기 상품이 입고되는 매장 소식이 전해지면 전국을 순회하는 '원정쇼핑족'도 등장하고 있다. 

명품을 사 놓기만 해도 가격이 뛰어 중고로 되팔아 돈을 버는 '샤테크(샤넬+재테크)족', '롤테크(롤렉스+재테크)족' 등도 등장했다. 때문에 명품 카페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인상되기 전에 사야 한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텐트 치려고 한다" 등의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명품에 대한 남다른 사랑에 명품 업체들은 한국에서 철수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루이비통이 오는 3월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 잠실 롯데월드타워점 문을 닫기로 했다. 루이비통은 지난 1월부터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영업을 중단한 후 시내면세점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따이공(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과도한 할인 요구와 유통 과정에서 짝퉁 혼입 우려가 높아지자,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그저 호구로 보는 듯하고, 호구 취급당하는 느낌이 든다"며 "그런데도 오늘도 백화점 앞에는 오픈런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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