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레이크 플레시드 동계올림픽 당시 에릭 하이든. (사진=IOC)
1980년 레이크 플레시드 동계올림픽 당시 에릭 하이든. (사진=IOC)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두 개의 올림픽을 갖고 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이다.

두 개의 올림픽이 지구 평화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는, 만약에 올림픽이 없었다면 지구촌이 얼마나 삭막했을까를 상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계올림픽 역사는 1896년부터 지난 2020 도쿄올림픽까지 124년, 동계올림픽은 1924년 파리올림픽부터 오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98년, 두 개의 올림픽을 합하면 무려 222년의 역사다.

222년 역사의 동, 하계 올림픽에서 탄생한 ‘불멸의 영웅’은 3명뿐이다.

미국의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와 자메이카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 그리고 미국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에릭 헤이든이다.

마이클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무려 2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까지 합하면 올림픽에서만 모두 28개의 메달을 땄다. 웬만한 나라가 100년 동안의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 수보다 많다.

우사인 볼트는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남자육상 100m와 200m 3연속 금메달 그리고 400m 계주 3연패를 했지만, 나중에 2008 베이징올림픽 400m 계주는 동료선수가 약물을 복용한 것이 밝혀져 박탈당해, 육상 단거리에서만 8개의 금메달을 땄다.

우사인 볼트가 세운 100m 9초59, 200m 19초19의 세계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에릭 헤이든이다.

이제 앞으로 8일 후인 다음 주 금요일, 2월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되는데, 89개국에서 몰려오는 5천여 명의 선수들은 실력과 스포츠맨십 그리고 훌륭한 인성까지 갖춘 완벽한 올림피언 에릭 헤이든을 기억하면서 페어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동계 올림픽 종목의 꽃인 스피드스케이팅은 500m와 1,000m는 단거리, 1,500m는 중거리 그리고 5,000m와 10,000m는 장거리에 속한다.

스피드스케이팅의 단거리와 장거리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훈련 방법부터 다르다. 따라서 1,500m를 경계선으로 단거리와 장거리 선수로 나누어진다.

그러니까 1,500m는 단거리 선수가 겸해서 할 때도 있고, 장거리 선수가 5,000m와 10,000m와 함께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단거리 선수는 장거리, 장거리 선수는 그 반대의 경우 즉 경계선을 넘보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 그만큼 스피드스케이팅은 전문화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이 같은 상식을 깨트린 선수가 있었다.

미국의 에릭 헤이든이었다. 헤이든은 겨울철에는 얼음 위에서 산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훈련을 했다. 하루 12시간 이상 훈련을 했다.

여름철에도 노력은 계속됐다. 200kg이 넘는 납을 넣은 고무 튜브를 목과 허리에 걸고 매일 200회 이상 무릎 굽혀 펴기를 하는가 하면, 15km가 넘는 로드워크, 100km의 사이클링 등 스피드스케이팅을 위한 보조 훈련을 4계절 내내 끊임없이 계속했었다

에릭 헤이든은 1980년 미국에서 벌어진 레이크 플레시드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1000m, 1500m, 5000m 그리고 10,000m까지 5종목의 금메달을 모두 획득했다.

5종목 모두 올림픽 신기록 또는 세계신기록(10,000m)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육상의 100m에서부터 마라톤까지 한 선수가 모두 석권한 셈이다.

있을 수도 없고, 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레이크플레시드 올림픽에 출전한 남자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을 모두 허수아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에릭 헤이든은 레이크 플레시드 올림픽이 끝난 직후, 당시 미국의 대기업이었던 W.모리스 대리점이 금메달 한 개에 2억5000만 원(모두 12억5000만 원)의 당시로는 엄청난 액수의 CF 모델 제의에 “ 나는 의학도로서 어떻게 하면 최고의 품질 좋은 근육을 만들며 이를 완전 연소하느냐 하는 데 목적을 두고 훈련을 해왔고 올림픽에 출전했을 뿐이었다. 금메달은 그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보답이었을 뿐 목적이 아니었다. 더구나 돈은 나에게 필요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얼음을 지친 데 만족할 뿐이다"라며 거절했다.

당시 겨우 21살 의학도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철학이 담긴 말 이었다

에릭 헤이든은 레이크 플레이스 올림픽이 끝난 후 “이제 나(의학도)의 길을 가겠다”며 은퇴를 선언했고, 2004년에는 미국 스피드스케이트 대표 팀의 주치의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