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알렉산드라 트루소바가 시상식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알렉산드라 트루소바가 시상식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기영노 편집위원 ]러시아는 정부의 조직적인 도핑으로 이번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국기를 앞세우지 못하고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로 출전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러시아 대표 선수중 육상 역도 선수들은 도핑을 통과한 선수들만 개별적으로 출전었다.

그리고 2017년 12월, 러시아는 국가 관리 하의 조직적인 도핑 문제로 IOC 회원자격이 정지되면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그리고 이번 2022 베이징 올림픽까지 ROC로 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선수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았었던 카리마 발리예바 선수가 도피확양성 판정을 받아 큰 파문을 일으켰다. 게다가 여자피겨 싱글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알렉산드로 트루소바는 난동에 가까운 소동을 일으키기 까지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루소바는 팀 동료 안나 세르바코바에게 4.2점 뒤져서 은메달을 땄다. 최종 순위를 확인한 뒤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에게 큰 소리로 “다시는 올림픽 따위는 도전하지 않겠다"며 절규했다고 한다.  트루소바는 시상식에서 인형을 들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동작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러시아는 왜 이렇게 메달에 목숨을 거는 걸까.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1908년 런던, 1912년 스톡홀롬 올림픽 이후 “올림픽은 자본주의의 퇴폐적인 행사”라면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졌다. 소련은 무려 40년 동안 철의 장막을 친 채 올림픽을 보이콧 했다. 그러다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돌연 참가의사를 통고해왔다. 당시 소련은 올림픽 참가하는 대신 러시아어를 IOC 공용으로 사용하고, 소련대표를 (IOC)집행위원으로 선출하며, 파시스트 국가인 스페인을 IOC에서 내 쫓으라는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당시 아마추어 스포츠의 신봉자 미국 출신의 고 버리 브런디지 IOC 위원은 이런 소련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브런디지는 “만약 그런 요구를 하려면 먼저 IOC 회원자격을 회복해야 가부간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되물었다.

소련은 브런디지의 강력한 반발에 결국 무릎을 꿇고 IOC 헌장을 준수 하겠다는 서약과 함께 회원자격신청을 했다. 소련은 (IOC)회원이 된 후 우선 소련어를 IOC 공식어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스페인이 우리 언어야말로 20개국 이상이 사용하기 때문에 (IOC) 공용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도 역시 아랍에서 2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라며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 소련은 결국 주장을 철회한다.

소련은 또 올림픽 기간 동안 각국의 메달 순위를 IOC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서 메달 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IOC는 올림픽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순위를 매기지는 않는다고 거절했다. 지금도 IOC는 공식적으로 메달 순위를 매기지 않고 있다.

1952년 헬싱키 하계올림픽은 소련을 중심으로 동독 등 공산권 국가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세계스포츠계를 장악했다. 올림픽은 평화를 상징하는 대명사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국력의 강약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묘한 스포츠전쟁의 광장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림픽은 사회주의 국가가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선은 헬싱키 올림픽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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