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9일 시작됐다. 청문회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인 '자녀 입시'문제가 주 안건으로 다뤄졌다. 

한 후보자의 고교생 딸을 둘러싼 논란의 쟁점은 △딸이 해외 학술문헌 사이트에 등록한 논문이 대필을 통해 만들어졌는가 △한 후보자의 아내 지인이 임원으로 있는 기업으로부터 딸이 노트북 50대를 후원받아 복지시설에 기부했는가 △노트북 후원이 대학 진학에 주요 스펙으로 작용되었는가 △미국 매체에 돈을 주고 광고성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가 등이다. 

논란은 여야 진영은 물론 교육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장관 지명자 딸의 논문들이 많은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며 "몇 년 전 조국 장관 딸과 나경원 의원 아들의 논문이 이슈가 됐을 때보다 열 배 이상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논문 자체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I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에 실린 논문 2편이 인공지능 관련 내용인 터라 중·고등학생 신분에서 연구가 가능했는지 여부다. 

우 교수는 "고교생이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학회에서 발표를 한다면 칭찬할 일이고, 대학교수의 연구실에 와서 인턴연구를 하면서 연구 경험을 쌓고 연구자로 준비하는 것도 원래는 참 좋은 일"이라며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꼬집었다.

앞서 원로 경제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그 많던 천재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글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때 논문을 썼다는 친구들은 부모들의 욕심으로 억지로 만들어진 가짜 천재"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후보자측은 자녀논문의혹에 대해 "고교생의 학습 과정에서 연습용으로 작성된 것으로실제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으며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논문이 아니라 온라인 첨삭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3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고 밝혔다. 도움을 받았지만 누구나 논문, 리포트, 에세이 등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잇는 사이트에 올린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과는 핀트가 어긋난다. 한국사회에서 스펙은 성공의 다른 말이다.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 이들은 자녀들의 해외 명문대 진학을 위해 범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스펙 공략에 나선다.

한 후보자의 설명대로 해외 대학 입시에 사용할 뜻이 없었다면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을 쓰면서 굳이 첨삭을 받거나 해외 저널지에 올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리포트든 논문이든 에세이든 영문으로 글을 써 첨삭을 받고 학술 문헌 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일반인들로서는 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다. 가진자들이 대중 앞에서는 공교육 강화를 외치면서 뒤에서는 사교육에 열중인 일은 너무도 흔한 일이어서 지적하는 것은 입아픈 얘기일 것이다. 조국 사태때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말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뒤로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범인들은 엄두도 못내는 행위를 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교육 입시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실제 수험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도 한동훈 후보자의 '아빠 찬스'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대다수였다. 

누리꾼들은 "입시 컨설팅을 받은게 문제가 아니고 부모 능력으로 만든 스펙이 문제다. 그 부모 아니면 어려운 스펙이라면 공정한 입시가 아니다", "일반인은 할 수 없는 스펙 만들기가 문제다. 우리가 노트북 한 대를 기증하려고 해도 기업이 도와줄까? 고아를 이용해 자신의 스펙을 쌓는데 이용한 것이다", "일반인은 감히 할 수 없는 스펙"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특정 계층의 스펙쌓기 문제가 우리 사회를 뒤흔든지 벌써 몇해가 된다. 우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특정인의 자녀에 대한 마녀사냥은 옳지않지만 최소한 특정 계층의 스펙쌓기 부분만큼은 자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 계층이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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