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 황선우가 지난 15일(현지시간)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두나 아레나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올댓스포츠 제공 영상 캡처]
한국 수영 황선우가 지난 15일(현지시간)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두나 아레나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올댓스포츠 제공 영상 캡처]

[뉴시안= 기영노 편집위원 ]스포츠 세계에서 ‘라이벌’처럼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없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2022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황선우(19) 선수의 예를 보자. 황선우는 루마니아 다비드 포포비치(18)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매우 강하다. 황선우는 지난 21일 벌어진 남자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7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땄다. 그런데 지난 2020 도쿄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 4위에 그쳤던 루마니아의 다비드 포포비치가 자신보다 무려 1초26이나 앞선 1분43초2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것이다.

황선우는 은메달을 따 낸 후 “나도 (1분) 43초대에 들어가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포포비치의 기록 단축은 놀랄만한 것이었다. 불과 1년 전에 1분44초 대 중반에 머물렀는데, 1년 사이에 1초2 이상을 단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기적 같은 일을 포포비치가 해 낸 것이다. 

자유형 100m에서는 황선우와 포포비치의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황선우는 자유형 100m에서 47초56의 한국신기록과 세계주니어신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고, 포포비치는 겨우 7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황선우는 48초61, 전체 공동 17위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미국의 캐일럽 드레셀이 몸에 이상이 생겨 기권하는 바람에 출전기회가 생겼다. 결과는 48초08의 기록으로 11위. 결국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포포비치는 예선에서 47초60, 준결승전에서 47초13의 기록으로 1위로 통과했다.

황선우가 자유형 100m에서 자신의 기록도 내지 못한 것을 보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다. 자유형 200m 결선을 뛰고100m 예선 사이에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데, 체력을 끌어 올리는데 어려움을 느낀 것이다.

수영은 2009년 로마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전후로 ‘전신'과 ‘비 전신' 수영복 시대로 나뉜다. 당시 한국체육과학연구원 테스트결과 전신수영복이 부력을 5% 정도 향상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영복이 물에 잘 뜨면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쪽에 에너지를 많이 쓸 수 있는 것이다.

전신수영복이 허용됐던 2009 로마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무려 29개의 세계신기록이 쏟아졌다. 로마대회는 실내 수영장보다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실외수영장이었는데도 세계신기록이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그러자 국제수영연맹(FINA)은 최첨단 수영복을 2010년 1월부터 국제수영대회에서 퇴출시켰다. 결국 2009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진 전신 수영복을 입는 마지막 해가 되었다.

부력이 좋은 최첨단 전신 수영복이 2008년 2월에 처음 등장한 이후 2009년 12월 퇴출될 당시 박태환은 전신수영복이 맞지 않아 반신수영복을 입었다. 어깨 근육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박태환에게는 전신수영복이 역효과가 난 것이다. 박태환의 ‘맞춤 전신수영복’을 위해 10억 원 이상 투자했었던 ‘스피도’사는 헛힘만 쓰고 말았다.

박태환은 결국 2009 로마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400m와 200m 1500m 등 전 종목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남자자유형 200m 세계신기록도 2009 로마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독일의 파울 비더만이 전신 수영복을 입고 세운 1분42초00이다.

이제까지 남자자유형 200m에서 1분42초 또는 43초대를 끊은 선수는 단 4명 뿐이다.

파울 비더만 외에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1분42초96),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 프랑스의 야닉 아넬(1분43초14), 당시 박태환과 중국의 쑨양이 1분44초94의 기록으로 공동 은메달을 땄다. 그리고 이번의 다비드 포포비치 까지 4명 뿐이다.

자유형 200m에서 1분42~3초대를 기록한 4명의 선수 가운데 독일의 파울 비더만과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는 전신수영복을 입었었고, 프랑스의 야닉 아넬과 이번에 루마니아의 다비드 포포비치는 비 전신수영복을 입고 기록을 세웠다.

황선우는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후 사상 5번째 남자자유형 200m에서 1분42~43초대 진입을 선언했다.

황선우와 포포비치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면 두 선수의 라이벌 의식이 마의기록으로 꼽히는 전신수영복 세계신기록 1분42초대도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황선우와 포포비치는 2023년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10월6일~23일)에서 격돌하게 된다. 이어 2024년 파리올림픽(7월26일~8월11일)에서 또다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황선우는 23일 오후 계영 800m에 도전한다. 계영 800m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황선우가 출전했었던 유일한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 대비해서 지난 4~5월 6주 동안 호주에서 호흡을 맞춰온 김우민(강원도청), 이유연(한국체대), 이호준(대구광역시청)과 함께 출전한다. 객관적인 기록상으로 결선진출이 쉽지않지만, 10위 안팎의 성적만 올려도 한국 수영역사상 단체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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