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들이 11일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소방공무원들이 11일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뉴시안= 조현선 기자]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침수를 둘러싸고 정부와 포스코간에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피할 수 없었던 재해라는 포스코와 조사를 통한 책임규명을 주장하는 정부 견해가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막대한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고로 3기가 모두 가동을 멈췄다. 당시 포스코는 "6일 새벽 최대 50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오전 6시경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포항제철소 전체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복구작업으로 지난 10일부터 순차적으로 2·3·4고로를 재가동했다. 그러나 압연(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작업) 설비와 제강·연주(쇳물을 반제품으로 만드는 작업) 설비 등의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압연 설비는 침수 피해가 크고, 피해 규모 또한 추산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피해 사실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공급망 차질에 따른 철강 가격 상승, 스틸플레이션(스틸+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이 자동차·조선 등 주요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은 국내 전체 조강 생산의 35%를 차지한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의 최대 생산, 재고품 판매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복구가 길어질수록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가 사태 원인을 놓고 사실상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브리핑을 열고 열연 공장 정상화에만 최대 6개월이 걸리고, 완전한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번 태풍이 충분히 예보된 상황이었음에도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을 중점적으로 따져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미흡한 사전 대비로 피해가 커진 것은 아닌지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정부의 이런 발표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인재로 보고, 포스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현 최정우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포스코는 정부의 이런 입장에 당혹해하는 분위기이다. 포스코는 15일 사태는 냉천의 범람으로 일어난 것이지 포스코의 대비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태풍에 앞서 △태풍종합상황실 운영 △배수로 정비 △물막이 작업 △안전시설물 점검 △비상 대기 등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개월 내 압연라인을 모두 복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포스코는 2000년 산업은행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후 최고경영자들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중도 사퇴하면서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렸다. 포스코홀딩스는 정권 교체 직후인 지난 4월 자료를 통해 "국민기업은 극복해야 할 프레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7월 임명, 지난해 3월 주총을 통해 연임된 인사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정상화 시기를 예측하고 공급망 안정을 선제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경영진을 교체할 사유’를 찾으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태풍을 왜 못 피했냐며 포스코에 책임 묻겠다는 윤석열 정부, 피해복구보다 경영진 교체가 우선이냐”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침수사태는 하천 제방의 붕괴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포항시의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포스코측을 두둔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압박은 계속되는 분위기이다. 산업부는 민간조사단의 조사는 반복적인 재해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지 포스코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취지가 아니라면서도 조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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