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최근 식품업계의 잇다른 가격 인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식품물가점검반을 운영해 동향을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 안정을 위한 협의를 적극 진행하겠다. 부당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현안 분야별로 담합 등 불공정행위 여부를 소관 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 점검하겠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안정을 위한 협의' '동향 모니터링', '공정거래위원회 합동 점검'  등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구체 계획안을 발표했다.

한기정 신임 공정위원장도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을 야기하는 독과점 행위와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열심히 살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즉각 SSG닷컴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여부에 대해 집중 점검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지난달에는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가격인상 행렬이 이어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오리온과 롯데·팔도·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업계가 라면과 과자·제빵 등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대규모 유통업법 관련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모든 사업자를 다 들여다보는 조사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론을 통해 알려진 SSG닷컴과 컬리 외에도 공정위로부터 현장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 여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고개를 갸웃한다. 정부의 '물가 고충'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을 겨냥한 것은 뭔가 복선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추 부총리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물가의 10월 정점론'을 거론했다. 7, 8월 소비자 물가 오름폭이 다소 진정됐다 해도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고공행진중이다. 이미 배추, 파 등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식품가격의 줄인상이 이어지고 전기, 가스 요금 인상까지 겹치면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강압으로 조정되는 '물가'가 조삼모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정부의 개입으로 물가잡기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전력공사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 손실액 1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세웠다. 한전의 적자 요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을 꼽는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전기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전기요금을 동결시킨 것이 결국 한전의 재무상태를 무너트리게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때도 물가가 치솟자 52개 생필품을 선정 특별관리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장의 순간만 모면한다고 소비자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가가 급속도로 오르자 정부가 기업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물가를 조정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는 기업들에게 일방적으로 물가를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인데, 결국 기업들은 손해를 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민간의 영역이 성역은 아니다. 기업들이 원자재값 인상을 앞세워 과도하게 값을 올리는 지는 따져볼 필요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시장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을 다그쳐 군기를 잡기 보다는 물가상승압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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