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ARM의 인수합병(M&A)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손 회장이 반도체 비메모리 사업에 약점을 가진 삼성전자에 약점 보완을 위한 ARM 지분 참여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내달 방한해 이 부회장과 회동할 전망이다. 회동 안건은 삼성전자와 ARM의 전략적 제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손 회장이 방한해 ARM 인수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데 이어 손 회장 역시 화답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번 (서울)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AMR은 영국 소재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주 수익원은 로열티다. 통상 반도체 기업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들기 위해서는 ARM의 아키텍처를 구매하고, 이를 바탕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야 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애플, 퀄컴, 화웨이, 미디어텍 등 주요 기업들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 ARM의 팹리스는 모바일에 특화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모바일 팹리스 업계에서는독점에 가까운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AP 중 90%가량이 ARM의 설계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AMR이 '팹리스 계의 팹리스'로 불리는 이유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ARM을 32억 달러에 인수, 약 4년 만인 2019년 미국 엔비디아에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반독점 규제로 무산되면서 주식시장의 IPO(기업공개)를 통한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반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여러 반도체 설계회사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나왔다. 

업계에서는 ARM의 가치를 대략 70조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삼성전자에 컨소시엄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고려할 때 단독 인수할 여력은 충분하나, 한꺼번에 이를 쏟아붓기는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또 삼성 역시 반독점 문제로 규제당국에서 인수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컨소시엄 형태로 여러 기업과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 유리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유력한 인수 주체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후발주자로 꼽힌다.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인텔 등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에도 한발 더 다가서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 추격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인수 가격과 방법이 문제다. 삼성이 ARM을 단독 인수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나, 일부 지분을 투자하는 것만으로 이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삼성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인수 가격이 얼마나 맞춰지냐에 따라 삼성의 지분 인수 참여 결정에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가 ARM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하만 인터내션 인수한 지 6년여 만에 이뤄지는 대형 M&A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복권 이후 본격적인 '뉴삼성' 플랜의 첫 행보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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