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정부가 주요 데이터센터(IDC)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다. 지난 주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전반이 먹통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 불편이 심화된 데 따른 조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박윤규 제2차관 주재로 주요 IDC 사업자들과 긴급점검 회의를 진행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들 사업자의 전력·소방 등 안정화 설비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비상대비 조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주요 IDC 사업장 내 배터리 종류, 전기저장시설의 위치 등을 살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하 3층 전기실에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생한 스파크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스파크로 인한 불이 배터리랙(선반) 전체를 불태우고, 카카오의 서버와 연결되는 케이블까지 손상시킨 탓이다. 이 과정에서 1차적으로 카카오 장애가 발생했으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전원을 차단하면서 서비스 전반의 먹통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IDC 내 리튬이온배터리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타 전지에 비해 작고 얇은 크기에 비해 고밀도의 전력, 고전압까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또 자가방전 정도도 낮고, 교체 시기도 길다는 장점이 있어 가장 효율적인 축전지로 여겨진다. 그러나 작은 크기의 배터리에 많은 전력을 담다 보니 안정성이 리스크로 꼽힌다. 리튬이온배터리가 과충전되면 내부 전극에서 쇼트(단락)이 일어나기 쉽고, 충격을 줄 경우 폭발까지 일어날 수 있다. 

앞서 2020년 발생한 KT의 강남 IDC 화재 역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로 발생했다. 당시 조기 진화에 성공하면서 이번 먹통 대란을 막을 수 있었다. 실제로 KT클라우드는 사고 이후 안정성 보장을 위해 지난해 자사 IDC의 리튬이온배터리 전체를 납축전지 등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 역시 전날 "(판교 IDC) 건물 지하 3층 천장에 불행히도 카카오와 연결되는 전선케이블이 있었는데, 이것이 리튬 배터리에서 난 불의 영향을 받아 수천대 서버가 다운됐다"며 "SK도 이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리튬배터리를 수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납축전지에 대한 대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사전대응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플랫폼 업계를 향한 사전 관리·감독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고, 이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도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태조사 역시 '늦장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의무대상사업자다. 특정 서버나 통신망 이용이 불간으할 경우 소비자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고, 이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사업자에 예비 서버 장치를 확보하고, 자체 장애 대응 지침을 손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이 올해에만 다섯 번의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는데도 '망 이원화'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자체 IDC센터 '각'을 운영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서버 대부분을 임대하고 있다. 네이버도 판교 데이터센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카카오의 피해가 압도적으로 컸던 이유다.

정부의 사후 대응도 늦었다는 지적이다. 화재 발생 이후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가 카카오톡 복구 상황을 안내하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냈지만 일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과기정통부가 화재 발생 하루 만인 16일 네트워크정책실장을 중심으로 대응팀을 꾸렸다가, 복구가 길어지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이후에서야 장관 직속으로 격상시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위험성과 인터넷시대를 맞이해 IDC 시설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IDC의 전기저장장치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전기저장시설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랙을 비롯한 전기저장장치는 지상 22m 이내, 지하 9m 이내에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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