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콘 2022' 에서 한 참석자가 전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콘 2022' 에서 한 참석자가 전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국내 IT 기업도 비용 감소를 위해 인건비 축소에 나섰다. 지난해 업계 전반에서 고액 연봉과 복지혜택을 앞세워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위터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 여파는 각 기업의 한국지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일부 직원들이 해고를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내 IT 기업에게도 전해졌다. 국내 기업은 근로기준법상 대규모 감원조치가 어려운 만큼 신규 채용을 줄이고, 기존의 인력을 활용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원티드랩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원티드랩에 등록된 1만9913개사가 총 5919건의 신규 채용 공고를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등록 기업 수가 48.0% 증가한 것에 비해 신규 공고 수는 도리어 8.3%가량 감소했다. 원티드랩 공고 비중의 70~80%가 IT직군이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비용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연일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네이버와 카카오도 올해는 신규 채용에 보수적인 태도다. 네이버는 올해 30% 이상 신규 채용을 줄였고, 카카오는 신입 공채를 지난해 세 자릿수에서 올해 두 자릿수 규모로 줄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사업 확장에 따른 필수적인 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체 인력은 늘었지만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 역시 "채용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개발자 영입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출혈 경쟁을 이어갔던 게임업계의 상황도 급변했다. 중견 게임사 베스파는 전직원을 해고라는 강수를 둬야 했다. 지난해 개발자 연봉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사업 부진이 독이 됐다. 

'3N'으로 대표되던 넷마블도 신작 부진 등에 따른 연속 적자로 체면을 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매출은 6944억원, 영업손실은 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만 846억원에 달한다. 넷마블 안팎에서는 연간 누적 적자가 16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월 출시한 신작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의 부진과 각종 비용 증가에 따른 결과다. 

이에 도기욱 넷마블 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인건비를 실적과 연동해 효율화하겠다"라면서도 "적극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정 프로젝트별로 상황에 따라 판단할 계획으로, 현재 있는 기존 인력을 최대한 효율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만큼 대부분의 수익을 외부 투자에 의존해 왔던 스타트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경제 침체 등으로 투자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후속투자에 문제가 발생한 탓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인건비부터 줄이는 모양새다. 신규 채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에 대한 감원도 강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커머스 플랫폼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이 전직원에 권고 사직을 통보해 논란이 됐다. 오늘회의 운영은 재개됐지만 제공 품목이 대폭 줄어든 상태다. 지난 7월에는 토종 OTT 왓챠가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까지만 해도 고연봉의 인력 충원, 대외 홍보 비용 확대 등의 기조를 이어가던 업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면서 "경영난을 이유로 하나둘씩 개발을 멈추거나, 아직 버티는 곳은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감원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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