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포스코와 에너진이 수소저장용기 보급에 관현 업무 협약을 맺었다. [사진=포스코]
지난달 포스코와 에너진이 수소저장용기 보급에 관현 업무 협약을 맺었다. [사진=포스코]

[뉴시안= 조현선 기자]포스코가 에너진과 함께 수소 충전 인프라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수소저장용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시 국산 제품 사용을 장려하고,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에너진과 수소저장용기 보급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에너진은 풍력·수소 등과 관련된 특허를 국내외 50여건 이상 출원하는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한 기술이 탄탄한 강소기업이다. 수소충전소에 필요한 핵심설비 및 제품을 판매한다.

수소저장용기는 압축된 수소 가스를 고압으로 저장하는 제품으로 수소충전소에 사용된다. 그간 우리나라는 수소저장용기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이번 양사의 공동개발로 국산화 및 관련 시장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축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수소충전소를 중심으로 하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수소충전소의 핵심 구성품 중 하나인 수소저장용기는 미국의 피바(FIBA) 제품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만큼 국산화가 절실했다. 

포스코 수소전문 친환경 철강 ‘그린어블(Greenable H2)’, 수소저장용기 국산화 시발점

이에 포스코는 에너진과 함께 수소저장용기의 소재부터 제품까지 100% 국산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개발에 나섰다. 

에너진은 수소저장용기 개발을 위해서는 철강소재 확보가 가장 시급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소재를 생산하는 철강사가 없는 데다, 이탈리아 등에서 제품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 등의 측면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포스코가 새로 론칭한 수소 전문 철강인 ‘Greenable H2(이하 그린어블 H2)’로 수소저장용기용 소재를 개발 및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에너진이 설계한 수소저장용기에 적용할 철강소재는 고압의 압축 가스를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또 미국기계학회 수소저장용기 규정을 충족시키는 두께 400mm 이상의 극후물 강재를 필요로 했다고 포스코는 설명했다. 

이에 포스코는 PosMC(수직형 반연속 연주기)를 활용해 수소저장용기에 최적화된 그린어블 H2 철강 제품을 개발키로 했다. 수소저장용기 개발의 시발점이었다.PosMC는 포스코가 2018년에 개발한 것으로, 세계 최대 두께인 700mm 반제품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다. 

울산에서 열린 ‘2022년 국제 수소전기에너지 전시회’에 전시된 에너진의 수소충전소용 수소저장용기 [사진=포스코]
울산에서 열린 ‘2022년 국제 수소전기에너지 전시회’에 전시된 에너진의 수소충전소용 수소저장용기 [사진=포스코]

에너진 확보 기술력, 수소저장용기 개발 가능케 해

특히 에너진이 보유한 ‘초고압 제어기술’과 ‘와이어 와이딩(Wire-winding)’ 등 혁신 기술이 이번 수소저장용기의 개발 및 국산화를 가능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먼저 에너진의 초고압 제어기술은 6000바(bar)의 초고압도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에너진 일반적으로 수소 자동차가 700바, 수소 충전소가 900바 수준의 고압 제어기술이 필요한 것을 감안할 때 최소 6배 이상의 압력을 제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인 셈이다.

와이어 와인딩은 수소저장용기의 내·외부에 강선(Steel Wire)를 적층하고 감아 제작하는 기술이다. 대용량의 수소저장용기 제작에 유리하고 폭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일반적인 수소저장용기는 압력을 받을 경우 원통의 중앙부분이 볼록하게 팽창하는데, 해당 기술을 적용할 경우 감겨진 와이어에 의해 용기의 모든 부분이 균일한 압축응력을 적용해 폭발을 방지해 준다.

포스코-에너진, 세계 최대 용량의 수소저장용기 개발 및 국산화 달성

이에 따라 포스코는 지난 8월 에너진의 기술력과 결합한 수소저장용기를 개발, 미국기계학회(ASME) 및 한국가스안전공사(KGS)로부터 제품 판매를 위한 인증을 완료했다.

이는 세계 유일 100메가 파스칼(MPa)의 압력을 견디며, 1000리터의 수소를 한 번에 저장 가능한 수소충전소용 대용량 수소 저장 탱크다. 기존 미국 피바사의 약 2배 수준인 1000리터(896바 기준)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수소 자동차 약 10대 충전이 가능한 규모다. 여러기를 높게 쌓아 올려 사용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도 높다.

또 에너진 고유의 와이어 와인딩 방식과 포스코의 수소용 전문철강 그린어블 H2를 적용해 안정성이 우수하다. 특히 중국산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피바사보다 안전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포스코는 새 수소저장용기 개발 및 국산화까지 포스코그룹의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가스안전공사(KGS) 등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수소저장용기의 장시간 내구성 확보를 위한 피로 특성 연구를 수행했으며, 와이어 와인딩 기술에 적용되는 강선의 내구성 평가 및 용접부 강도 개선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기술개발 및 인증에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에너진, 포스코와 공동 마케팅 통해 판매 시장 개척할 것

황인기 에너진 부사장은 “수소충전 인프라 사업과 관련된 제품이다 보니 중소기업인 에너진에게 판매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제품개발에 이어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있어서도 포스코로부터 또 한 번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에너진은 내년께 수소저장용기 80여개를 생산, 추가 공장 확장 등을 통해 오는 2025년 기준 연간 제품 생산량을 2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어 현재 1000리터 수준의 수소저장용기 최대 용량은 1700리터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수소산업 분야 강소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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