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고정민 기자]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기소했다.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다. 검찰은 해당 사건 관련 첩보 문건 등이 국정원에서는 50여건, 국방부에서는 5600여건이나 삭제됐다고 보고 있다.

29일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박 전 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을 국가정보원법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 전 장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9월22일 서해상에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실종 및 피격·소각 첩보가 들어온 이후 사건 은폐를 위해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의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박 전 원장은 사건이 벌어진 2020년9월23일 새벽 열린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에 따라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의 자료를 무단 삭제를 지시한 혐의, 서 전 장관은 회의 직후 국방부에서 퇴근한 실무자를 다시 불러 밈스(MIMS, 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문건의 삭제 지시한 혐의를 각각 받는다.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격·소각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이 국정원에서 50여건, 국방부에서 5600여건이 삭제됐다고 보고 있다. 당초 감사원이 밝힌 국방부 60건, 국정원 46건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삭제된 첩보 중에는 첩보 원본 등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원장 등에 첩보 삭제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씨가 숨졌다는 첩보가 확인된 후 비난을 피하고 남북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합참 관계자들 및 해경청장에게 피격 사건 은폐를 위한 보안 유지 조치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씨의 '월북 몰이'를 위해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서 전 실장은 이런 혐의로 지난 9일 기소됐다.

검찰은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자진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때까지 살아있던 점 등을 삶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해 월북보다 실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의 거센 공방이 예상된다.

서 전 실장은 피격 사실을 은폐한 것이 아니라 최초 첩보의 확인 및 분석 작업을 위해 정책적으로 공개를 늦췄다는 주장이다. 박 전 원장도 첩보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서 전 장관은 보안 유지를 위해 예하 부대까지 내려갔던 첩보의 배포선을 조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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