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보고플레이 입점사 간담회' 현장에서 류승태 대표가 회사 현황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은정 기자]
1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보고플레이 입점사 간담회' 현장에서 류승태 대표가 회사 현황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김다혜 기자]"대표님, 너무 비겁한 거 아닙니까. 대표님만 믿고 가족·친지들 다 투자했는데 제 돈 어떻게 할 겁니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살려보겠습니다'라고 확답을 해 줘야 상품 판매를 도와주는거 아닙니까"

1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 운영사 보고플레이의 입점사 간담회 현장. 간담회에는 100명 이상의 입점사 대표·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플레이의 대금 지연으로 인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울분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지난 17일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는 입점 업체들에게 "그동안 정산대금이 미뤄져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 점 사죄드린다"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으나 현재 투자 상황과 매출 추이를 볼 때 독자적인 힘으로는 더 이상 단기간 내에 개선이 어려움을 적시하게 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류 대표는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회사 부채 현황과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발표하는 긴급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류 대표는 "현재 회생절차 신청은 하지 않았다"며 "자생으로 부채를 줄여가고자 하며, 입점사 여러분들께 도움을 요청한다"는 점이 요지다. 

보고플레이의 채무 현황. [사진=김다혜 기자]
보고플레이의 채무 현황. [사진=김다혜 기자]

류 대표가 공개한 회사 재무상황에 따르면 현재 보고플레이의 부채는 500억원 수준이다. 이들 중 입점사에 지급하지 않은 물품 판매 대금만 336억. 미처 받지 못한 대금 규모가 1억원을 넘기는 곳은 60곳, 이들 중 3곳은 10억원 이상의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현금 흐름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보고플레이의 영업손실 비율은 41.3%에 달했다. 12월 말 기준 영업손실 비율이 25.6%로 다소 개선이 됐으나 지속되는 영업적자 늪을 면치 못했다.

수입도 점차 줄었다. 지난해 10월 31일 기준 보고플레이의 수입은 211억원이었으나 △11월 148억원 △12월 154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입점사 관계자들은 보고플레이의 재무 현황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곳곳에서 한숨과 한탄을 내뱉었다.

이날 보고플레이 측은 이같은 위기를 타진하기 위한 극복 계획도 발표했다. △직원 수 100명→50명 감축 △임원 및 리더진 교체 △정산시스템 변경 △타 플랫폼 병행 운영(네이버·카카오·그립 등 동시 방송) △수수료 변경(10%) 등이다.

류 대표는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며 "프로모션을 다 멈추고 마진을 남기려 한다. 3~4개월 뒤에는 조금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류 대표는 운영방안과 함께 입점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상품을 판매해줄 것을 요청했다. 입점사들에게 상품 판매 동의서를 받은 후, 80% 이상이 동의를 해준다면 추가 유치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입점사 관계자들은 '80% 동의를 얻지 못하면 어떻게 할거냐', '동의 못 받으면 문 닫을거냐' 등의 호통으로 받아쳤다. 일부 입점사 관계사는 "고객들 다 떠났는데 어떻게 상품을 판매하냐"며 "우리가 다 부자냐"라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뾰족한 자금 조달 계획 없이 '상품을 계속 판매해달라'는 셈. 일부 입점사 관계자들은 분을 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캠핑용품을 판매 관계사의 직원은 "보고플레이에서 2개월간 돈을 받지 못했다"며 "류 대표와 본부장이 약속한 날에 돈을 주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어느순간부터 연락이 안 되고 갑자기 회사가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소한의 예의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보고플레이는 싸게 파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어서 과연 상품 판매를 계속 하는게 맞을지 고민이 된다"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다른 입점사 관계자는 "'그냥 도와주세요, 안 도와주면 회생절차 밟아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자리 밖에 안되는 것 아니냐"며 "지금 고객들이 이탈하고 있는데 뭘 믿고 상품을 주냐"고 지적했다. 

한편 시급한 문제는 고객들이 보고에 쌓아둔 포인트다. 현재 고객들은 보고플레이 경영난 소식이 들려오자 보유 포인트를 소진하기 위해 상품을 구매했지만 일방적인 구매 취소가 되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플레이 측이 확보한 비용이 없어서다. 

류 대표는 "최근에 포인트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거의 취소처리 됐다"며 "비용 여력이 없어 한동안 포인트 소진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쌓여있는 고객들의 포인트는 12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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