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KT 이스트 사옥 앞에 KT 로고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KT 이스트 사옥 앞에 KT 로고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구현모 KT 대표가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업계에서는 차기 KT CEO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보다 여권 등 정치권이 낙점한 후보가 선임될 것으로 본 데 따른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KT 대표는 전날 이사회를 통해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이를 수용해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앞서 구 대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 및 주가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KT 이사회도 구 대표를 연임 적격 후보로 선정한 데 이어 복수후보 심사에서도 적격 후보로 선정되면서 연임이 확실시  듯 했다.

그러나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연임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연임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KT와 포스코 등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언급하는 등 구 대표의 연임을 두고 여권과 정부의 압박이 짙어졌다. 구 대표의 사퇴가 정권 교체마다 불어왔던 외풍에 의한 압박을 고려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구 대표의 사퇴 이후 오리무중이 된 KT의 차기 CEO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KT 이사회는 대표이사 공개 경쟁모집을 통해 총 18명의 사외 후보자의 지원을 받았다. 이들 중 여당 출신이거나, 여권 성향의 인사는 9명에 달한다. 권은희(제19대), 김성태(제20대), 김종훈(제19대), 윤진식(제18·19대) 후보들은 여당 의원을 지냈다. 권은희 전 의원은 KT하이텔 경영부문장, KT네트웍스 전무 등을 역임했다. 윤진식 후보는 산업부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또 김기열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선대위 산하 ICT 희망본부 본부장으로 활동했으며, KT의 전신인 KTF에서 기획조절실장 상무와 경영지원부문장을 지냈다. 김창훈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예비후보의 공보실장을 지냈다. 송정희 후보는 지난 2014년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KT에서는 부사장을 맡았다. 윤종록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임헌문 후보는 KT 매스총괄 사장 출신이다. 

KT 출신이 아닌 인물도 있다. KT를 거치지 않은 인사로는 김성태·김종훈·김창훈·박종진·윤진식·최방섭·홍성란 후보 등 총 7명 등이다. 

업계에서는 지원자의 나이가 평균 61.8세로 너무 많고, 통신사업에 대한 경력이 없는 인사가 대거 신청한 점을 지적했다. 현재 KT 내부에서는 사측이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통신업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인사가 차기 CEO로 선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T새노조는 “이사회가 보다 명확하게 국민 통신기업으로서의 지향을 분명히 하는 바탕 위에서 CEO 후보를 심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는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횡령, 정치자금 등 전력이 있는 후보는 제외해야 한다"며 "심사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커뮤니티 '블라인드' 내 KT 소속 직원이 모인 게시판에서도 "국민의힘 지역위원장 뽑는 자리냐"라며 지적했다.

현재 사내후보군으로 심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급), 박병삼 윤리경영실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안상돈 법무실장, 우정민 IT부문장,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윤동식 KT클라우드 사장, 정기호 KT알파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홍기섭 HCN 사장(이상 부사장급) 등이다.

한편 KT 이사회는 오는 28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을 8명으로 압축한 후 면접대상자를 결정해 다음달 7일 차기 대표이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차기대표는 오는 3월 말 주총을 통해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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