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KT 이스트 사옥 앞에 KT 로고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KT 이스트 사옥 앞에 KT 로고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CEO) 최종 후보로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선택했다. 후보 선정을 두고 몰아치는 외풍에 결국 정면 돌파를 택했다는 평가다. 앞서 대통령실을 포함해 여권 인사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까지 반대 의사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의 의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전날 이사진 전원 합의로 새 대표이사 후보에 윤경림 사장을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에 대해 KT 이사회 강충구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디지털 전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또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특히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디지털 전환 사업 가속화 및 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팎에서는 이번 KT 이사회의 결정이 사실상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KT는 지난해 12월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 심사로부터 차기 대표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당시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이사회가 단독 심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국민연금의 ‘셀프 연임’이라는 지적에 재심사가 이뤄졌다. 재심사에서도 이사회는 같은 답을 내놨지만 대통령과 여당까지 나서 '투명성'을 지적하자 사실상 구 대표가 백기를 들면서 또 한 번의 재심사를 이어가게 됐다.

윤 후보자 역시 정식 CEO로 선임되기 위해선 최종 관문이자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3월 주총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KT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10.12%)이다. 앞서 국민연금이 심사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계속 강조해 온 데다, 정부와 여당의 뜻을 의식하는 등 이번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윤 사장 등 내부 추천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낸 바 있다. 

국민연금 외에도 KT의 주요 주주로 꼽히는 신한은행(5.58%), 현대자동차(4.69%), 현대모비스(3.1%) 등도 국민연금과 정치권 등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최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8.22%)이고, 현대차·현대모비스는 국민연금이 7.64%, 9.33%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사실상 이들 기업이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일부 소액 주주들과 외국인 주주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경우 반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KT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57.36%에 이른다. 실제로 이들은 KT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연이은 정치권의 개입을 비판하고 나선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네이버 카페를 결성해 집결하고 있다. 윤 후보 역시 주총 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KT의 경영 공백으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주가 방어 심리가 정반대의 답을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이날 윤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을 혁신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 사장은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돼 있는 만큼 한순간도 흔들림이 없도록 챙길 것"이라며 " 최근 여러 주주께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는데 사업과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켜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두고 정부와 여권이 지속적인 우려를 표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키워드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