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조현선 기자]알못(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별것 아닌' 리뷰를 씁니다. '별점'을 매긴 평가도 더했습니다. 별별리뷰입니다.

최근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은 애플이 독주 체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 기능을 탑재한 에어팟 프로의 존재감이 워낙 강했던 탓이다. 뒤를 이어 삼성전자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존재감이 영 흐릿하다.

혼돈의 시장에 벨킨이 새 블루투스 무선이어폰을 출시했다. 출사표도 거창하다. 차별화된 노이즈캔슬링(ANC) 기술과 벨킨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기반으로 모든 순간에 몰입감 있는 사용감을 제공한다는 포부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다. 

신제품은 선명한 중·고음을 유지하면서도 깊은 베이스음을 특징으로, 2개 레이어가 장책된 12mm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프리미엄 오디오 경험을 제공해 눈길을 끈다. 

뉴시안은 벨킨의 도움을 받아 '벨킨 사운드폼 펄스 노이즈캔슬링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AUC007)'을 사용해 봤다. 페어링한 기기는 아이폰12 프로,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6세대 모델이다.

패키지에는 이어버드 한 쌍이 들어있는 충전 케이스와 사이즈별 이어팁 3쌍(S·M·L), '국제 표준 규격'인 C타입 젠더 등이 함께 제공된다.

고속 충전을 지원해 7분 간의 충전만으로도 최대 60분 재생이 가능하다.  이어버드 별로 7시간 연속 재생이 가능하며, 충전 케이스 이용 시 28시간을 더 사용해 최대 35시간의 긴 사용시간을 제공한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충전 케이스를 열면 한 쌍의 '콩나물'이 나온다. 줄기가 제법 길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과 곱게 빠진 컬러는 벨킨 특유의 '모던&심플'을 강조한 듯했다.

이어버드 착용과 동시에 ‘또도동’ 소리와 함께 빠른 페어링됐다. 벨킨이 자랑한 빠른 연결성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최신 블루투스 5.2 칩셋을 장착해 최대 두 개의 기기를 동시에 연결할 수도 있는 점도 강점이다. 

터치 컨트롤도 쉬웠다. 한 번으로 음악을 재생/정지하고, 두 번으로 다음 곡, 이전 곡. 전화 받기·끊기·거절도 용이했다. 터치마다 전자음과 함께 즉각 반응했다.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Siri)를 호출하기 위해 시리야, 시리야…, 시리야……. 하염없이 부르지 않아도 버튼 두 번이면 호출할 수 있어 리했다. 설명서 따위는 읽지 않는 한국인을 위해 케이스 내부에 간편한 사용법을 표기한 센스도 돋보였다.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 기능도 제법 훌륭했다. 외부 소음을 지능적으로 필터링하는 피드포워드와 피드백에 이어버드별 총 3개의 마이크가 탑재돼 수준급의 소음 차단을 경험할 수 있다. 악명높다는 5호선의 굉음도 일부 흡수했다.  

유튜브 뮤직 앱(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하만카돈과 보스 특유의 저음에 '절여진' 귀를 가진 기자에게는 EQ로 사운드를 조절할 수 있는 점도 반가웠다. 별도의 벨킨의 '사운드폼' 앱을 통해 내 귀에 맞는 EQ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었다. 애플과 유튜브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친절함이랄까.

단, 터치 센서가 너무 예민한 나머지 머리를 쓸어내리다 재생이 정지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충전은 C타입 젠더로 가능하다. 애플이 오는 9월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5(가칭) 시리즈에 C타입 젠더를 탑재하지 않는 이상 아이폰 유저들은 별도의 기기가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친절한' 벨킨이 추가 케이블을 제공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겠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모든 게 완벽한 듯 했다. 그러나 보스도, 뱅앤올룹슨도, 삼성전자 제품에서도 겪어야 했던 무선 이어폰의 고질병을 피해가진 못했다.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기기 특성상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열차 내에 사람이 몰리자 버벅이며 소리가 딜레이됐다. 애플이 페어링 자체가 끊긴다면 벨킨은 뚝-뚝-뚝, 마치 '버퍼링'을 일으키는 듯 했다. 

통화 품질도 다소 아쉬웠다. 나는 잘 들리지만 상대방이 내 목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 오디오 입출력 기술을 기반으로 소란스러운 환경에서도 주변 잡음을 최소화하여 상대방에게 선명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음성 통화 품질을 강화했다는 설명이지만, 내 목소리까지 소음으로 인식한 듯 했다.

왼쪽부터 애플의 에어팟 프로 1세대, QCY--T13, 벨킨의 
왼쪽부터 애플의 에어팟 프로 1세대, QCY--T13, 벨킨의 AUC007 [사진=조현선 기자]

내친 김에 '콩나물' 디자인의 이어폰을 모아봤다.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애플의 에어팟 프로 1세대와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QCY의 T13을 비교해 봤다. 컴팩트한 사이즈와 디자인은 비슷했지만 무게는 가장 가벼웠다. 

아이폰과 에어팟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타 기기를 사용해 봤을 때 느낀 점은 역시 애플은 에어팟이라는 점이다. 에어팟이 뛰어난 성능을 제공해서라기보단 에어팟 만큼 애플의 OS에 최적화된 제품을 찾기 어려워서다. 그러나 벨킨은 '얼추' 해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아이폰의 EQ 조절 기능을 제공하며, 에어팟보다 빠른 페어링 속도를 자랑한다. 착용감도 훌륭했다. 

문제는 그뿐이라는 점이다. 가장 긴 '줄기'를 자랑하며, 양쪽 이어버드 내에 도합 여섯 개의 마이크를 탑재하고도 소란스러운 환경에서는 소통이 불가능하다시피 한 수준의 통화 품질이 아쉬웠다. 

신제품은 11만9000원에 출시됐다. 당초 벨킨은 누군가에겐 다양한 IT 디바이스 액세서리로, 누군가에겐 스크린 보호 필름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졌다. 공통점이 있다면 높은 품질을 만큼 가격대도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그런 벨킨의 신제품이라기엔 합리적인 가격이다.

이렇게 정리해 본다. 에어팟 프로를 구매하기엔 출혈이 크고, 삼성전자의 '강낭콩' 디자인은 영 내키지 않을 때. 그렇다고 중국 제조사와 고가의 오디오 브랜드의 무선이어폰을 구매하기는 이래저래 겁이 날 때, 혹은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 등 태블릿PC에 사용할 서브 이어폰이 필요할 때.

'차라리' 벨킨으로 가자. 구관이 명관이더라. 

◆벨킨의 'AUC007' 종합 평가: 그래, 이만하면 됐다.

금 액 : ★★★★☆

활용도 : ★★★☆☆

편의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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