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2 콜드게임으로 중국에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2 콜드게임으로 중국에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기영노 편집위원 ]한국야구가 2013년 3회 WBC 대회에 이어 이번 5회 WBC 대회까지 10년 동안 세 번의 대회에서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 사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2015 '프리미어12' 에서만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타자들은 중국에게 22점(22대2 콜드 게임 승)을 올리는 등 호주(7대8), 일본(4대11), 체코(7대3) 전에서 모두 40점을 올리며 그런대로 제몫을 했다. 그러나 역대 국제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4점 이상을 올린 적이 거의 없었다. 마운드가 24점을 내주며 크게 흔들린 것이다. 일본은 겨우 8점만 내 주었다.

"내가 투수 교체를 잘 못했다"

이강철 WBC 한국 대표팀 감독이 호주·일본전에 패배를 한 뒤 한 말이다.

이 감독은 2021년 KT를 우승 시킨 명장이고 덕장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처음 국제대회에 감독으로 출전해서 그런지 투수 교체 뿐 만 아니라 선수교체·선수 선발·대회 운영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 감독은 이번 5회 WBC 대회국가대표 30명 가운데 15명을 투수로 뽑았다. 15명 가운데 불펜 투수를 고우석·김원중·이용찬·정우영·정철원 5명 밖에 뽑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WBC 대회는 투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투구 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경기가 '불펜 싸움'이 될 것이 뻔한데, 불펜 투수를 15명 가운데 5명 즉 3분의1 밖에 뽑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단기전은 '투수 교체 시기를 빨리 잡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에 불펜 투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불펜 투수와 선발 투수들은 ‘루틴’이 다르다.

불펜 투수들은 대부분 어깨를 빨리 푼다. 그러나 선발 투수들은 5~6일에 한번 마운드에 오르는데 익숙하고 선발등판을 하는 날도 공을 2~30개 던진 다음 자신의 구위를 회복한다. 때문에 대부분 1회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투수를 선발 할 때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 비중의 교훈은 지난 2020 도쿄올림픽 때 이미 경험을 했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끌었던 2020 도쿄올림픽 때도 10명의 투수(당시 엔트리를 24명) 가운데 본격적인 불펜 투수가 고우석·조상우·한현희 3명 뿐이었다. 이에 중간에 마운드에 올라가는 투수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도미니카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량 실점(6대10패)을 당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 감독은 또한 선수 교체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감독은 호주·일본과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 들인 고영표·김광현 두 투수 모두 구위가 떨어져 실점을 당한 뒤에 교체를 했다.

일본과의 경기 5회 초, 무사 1루 때 발이 느린 주자(최 정) 대신 타격 컨디션이 가장 좋고 언제라도 도루할 수 있는 김혜성을 투입해야하는데 그대로 뒀다가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8회 초, 그 전에 3점 홈런을 때린 양의지를 빼고 김혜성을 투입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선수 교체를 하기도 했다.

B조의 전체적인 경기 운영도 잘 못했다. B조는 전력상 일본이 최강이고 한국은 일본에 이어 2위를 노려야 했다. 일본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오른 후 4강 이후에서 일본을 다시 만나서 승부를 노리는 것이 정상적인 운영이다.

첫 경기 호주 전에 모든 것을 투입해야 했다. 그러나 호주 전에서 김광현 등 투수를 아끼다가 분패(7대8)해 조 운영이 꼬이고 말았다.

양의지 선수의 투수 리드도 문제가 있었다. 양의지는 2019 WBSC 프리미어리그 주전포수로 출전했지만 8경기에서 23타수2안타(0.087)로 극히 부진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도 강민호와 함께 주전포수로 출전했지만 7경기에 출전해서 22타수3안타(0.182)로 역시 좋지 않았다.

양의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매 경기 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양의지는 자신의 말 대로 호주(3점 홈런), 일본(2점 홈런)전에서 홈런을 터트리면서 명예 회복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너무 공격에 만 신경을 쓰지 않았나 하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없다.

양의지는 한국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호주·일본·체코 3경기에서만 무려 24점을 얻어맞는 최악의 투수리드를 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김원중에게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도록 해 결국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체코와의 경기에서는 평범한 포수 플라이 볼을 놓쳐 3점을 내 주는데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한국야구는 2013년 3회 WBC 대회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0대5패), 2017년 4회 WBC 대회 이탈리아(1대2패) 그리고 이번 5회 WBC 대회 첫 경기에서는 호주(7대8패)에 패하는 등 점점 수준이 떨어지는 팀에게 덜미를 잡히고 있다.

<5회 WBC 대회 B조 최종 순위>

1위 일본 4승

2위 호주 3승1패

3위 한국 2승2패

4위 체코 1승3패

5위 중국 5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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