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강 교촌그룹 회장. [사진=교촌그룹]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 [사진=교촌그룹]

[뉴시안= 박은정 기자]교촌의 창업주 권원강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치킨값 인상'이었다. 원자재 부담이 늘면서 수익성이 감소하자 고객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우 전쟁 장기화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식품·외식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선 만큼 아쉬운 행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내달 3일부터 일부 품목의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한다. 주요 한 마리 및 부분육 메뉴는 3000원, 이외 메뉴는 사이즈와 기존 가격대에 따라 500~2500 인상한다. 이번 인상으로 간장 오리지널 제품 가격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8.8% 오른 1만9000원이 된다. 단, 블랙시크릿 등 일부 신제품의 가격은 동결키로 했다. 

소비자 가격 인상 뿐만 아니라 본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원자재 납품가도 인상한다. 교촌에프앤비가 가맹점 납품가를 인상하는 것은 10여년 만이다. 

이같은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는 원부자재 부담 증가에 따른 실적 악화가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촌에프엔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8억4065만원으로 전년(409억6244만원) 대비 78.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076억원에서 5174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실제로 교촌에프엔비의 영업이익은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전인 2019년(393억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듬해인 2020년 영업이익은 410억원으로 상승한 바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매출원가 증가로 이어져 이익이 감소, 소비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판매 촉진 비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수익 구조가 수년간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임차료와 인건비, 각종 수수료 등 운영비용이 상승하고 최근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가맹점 영업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4년부터 10여년 간 교촌 본사를 통해 주요 원자재 가맹점 납품가 동결 등 동종업계 대비 낮은 제품 가격대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본사 지원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촌은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3사(교촌·BHC·BBQ) 중 가맹본사 영업이익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으로 최근 대표로 복귀한 권원강 회장이 실적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창업자인 권원강 회장은 지난 2019년 회장직과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에 이어 12월 대표로 복귀했다.

권 회장은 복귀 직후부터 교촌에프앤비의 위기를 강조해 왔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작금의 위기 상황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며 "2023년을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고, 제 모든 것을 걸어 준비하겠다"며 적극적인 성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교촌치킨은 지난해 '발효공방 1991', '교촌 프랜차이즈 LLC', '케이앤엘팩 주식회사' 등 자회사를 새로 설립하며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전통주와 장류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해외 가맹사업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어지는 고물가 상황에 정부가 식품기업에 가격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해 달라고 요청한 때인 만큼 아쉬운 결정이라는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115.45로 지난해 동월 대비 7.5% 올랐다. 

앞서 교촌은 이른바 '메뉴 끼워팔기'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배달의민족 '배민1', '쿠팡이츠' 등에서 치킨과 치즈볼을 세트로만 판매하는 식이다. 치킨 단품 주문만을 위해서는 일반 배달만을 택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늘어나는 배달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교촌 측은 단건 배달 수수료 증가에 따른 가맹점의 마진 확보를 위한 전략이었다고 해명했다. 

신사옥 건립 건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12월 신사옥 건립 비용이 당초 계획(237억원)보다 20억원 늘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3분기 영업이익(30억5352만원)의 66%에 달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건축 원자재와 부자재 가격이 급증한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실적 둔화 및 신사업 부진에도 불구, 무리하게 신사옥 이전을 강행해 지출이 늘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수익 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소비자 부담을 늘려 본사와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교촌의 가격 인상으로 치킨업계의 '도미노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1월 교촌의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BHC, BBQ도 소비자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한편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국 치킨 브랜드 중 교촌의 평균 매출액이 7억5000만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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