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리퍼 전문관 '리퍼블리'. [사진=11번가 캡처]
11번가 리퍼 전문관 '리퍼블리'. [사진=11번가 캡처]

[뉴시안= 박은정 기자]30대 직장인 강은지 씨는 최근 11번가에서 다이슨 에어랩을 리퍼로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정가가 70만원에 달하지만 11번가에서 48만원대에 구매했다. 약 20만원을 아끼게 된 것. 리퍼 제품이라 하자가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케이스에 기스가 살짝 있는 것 뿐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강 씨는 앞으로도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때 리퍼 상품을 알아볼 계획이다.

가성비 끝판왕 'B급 상품'

최근 고물가에 불경기로 인해 소비자 지갑이 닫힌 가운데 '리퍼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리퍼 상품은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미세한 흠집·이월 상품 등으로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판매가 어려워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MZ세대 사이에서는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MZ세대가 '가성비'에 돈을 쓴 다는 것을 주목해 리퍼 전문관을 개설하거나 리퍼 서비스를 리뉴얼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11번가는 리퍼 전문관 '리퍼블리'를 오픈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이고 알뜰하게 쇼핑한다는 것에 발맞춰 리퍼 상품을 제품 특성에 맞게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상품군도 다양하다. 노트북·PC·태블릿·스마트폰 등 IT 기기부터 TV·건조기·주방가전·침대·쇼파·안마용품·골프용품 등까지 마련돼 있다. 

고객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대형 리퍼 전문몰 뉴퍼마켓·리씽크와 손을 잡기도 했다. 11번가는 판매자와 판매 상품에 대해서도 집중 관리한다. 배송 준수 여부와 고객 응대 등 서비스 전반에 걸친 모니터링을 실시해 기준에서 미달할 경우 전문관에서 퇴출시키는 패널티 제도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티몬 '리퍼임박마켓'. [사진=티몬]
티몬 '리퍼임박마켓'. [사진=티몬]

티몬도 '리퍼임박마켓'을 새롭게 리뉴얼했다. 소비자들의 실속있는 쇼핑을 위해 가전·생활용품 등 뿐만 아니라 유통기간이 임박한 식품들도 판매하기로 했다. 

쿠팡도 미세한 흠집이나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된 상품을 재판매하는 '반품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직접 검수·관리 과정을 실행하고 제조사 A/S도 새 상품과 동일하게 진행한다.

이례적으로 바디프랜드도 최근 '중고 안마의자 공식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구매자가 반품한 정상품, 고장·흠집 등으로 회수한 제품을 정상 수리해 정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1년간 무상 A/S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떠리몰이나 리퍼브샵 등에서 리퍼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반품이나 하자 제품이 있을 경우 폐기 처리가 돼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가 됐는데, 리퍼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윈윈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퍼 제품 구매 시 제조사가 직접 검수하고 인증한 제품인지, A/S가 언제까지 가능한지 주의깊게 살펴보고 구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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