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직원들에게 복장 규제를 실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부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 서정진 명예회장 사진. [사진=블라인드 캡처·뉴시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직원들에게 복장 규제를 실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부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 서정진 명예회장 사진. [사진=블라인드 캡처·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가운데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역행하는 사내 캠페인을 전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삐용삐용 셀트리온 진돗개 1호 발령'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셀트리온 직원으로 추정되는 A씨는 △로고 큰 티·라운드티·화려한 운동화·청바지 금지 △점심시간 종료 10분 전 자리 착석 △근무시간 카페테리아 금지 △근무시간 개인전화 사용금지 △일일 소방점검(일일 청소검사) 재실시 등의 항목을 적었다. 

그러면서 "올해도 글로벌 제약사로의 편입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고 비꼬았다. 

또다른 셀트리온 직원 B씨도 블라인드에 '셀트리온 회장님 공론화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B씨는 "오늘 퇴근이 1시간도 안 남은 시점에 갑자기 내일부터 복장규정이 있다며 공지가 내려왔다"며 "사유는 회장님께서 회사를 방문하시다 마음에 안드셨다는 이유입니다"라고 토로했다. B씨는 "정작 본인은 언더아머 티를 입고 회장님의 아드님은 크록스를 신으셨다"고 지적했다. 

또 B씨는 "지난번에는 책상이 지저분하다는 몇 마디에 갑자기 청소를 시키더니 직원들 서랍 검사까지 실시했다"며 "'내가 너네를 먹여살린다'라는 마인드로 회사가 본인 놀이터인 것 마냥 행동하는데 회장님 기분에 따라 급변하는 상황에 혼란스럽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지난 19일 셀트리온그룹 측에서 직원들에게 배포한 메일 내용. [사진=블라인드 캡처]
지난 19일 셀트리온그룹 측에서 직원들에게 배포한 메일 내용. [사진=블라인드 캡처]

실제로 블라인드에는 셀트리온그룹이 직원들에게 배포한 사내 메일 내용도 공개됐다. 메일은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이라는 제목으로 △라운드티·청바지·트레이닝 바지·후드티·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면바지·검은색 계열의 운동화·단정한 자켓의 비즈니스 캐주얼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등의 복장 준수사항이 적혀 있었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셀트리온그룹 측은 연초부터 실시한 'Going to the basic' 캠페인의 일원이라는 입장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일상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만큼 직장인으로서 기본 소양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며 "무엇을 금지하는 것이 아닌 직장생활에서의 기본 수칙을 잘 따라 달라는 권고사항 공지"라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수평적인 조직문화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직급 폐지와 자율복장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회사 복지가 좋아야 좋은 인재가 들어온다'라는 마인드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시대적인 셀트리온그룹의 조직문화에 누리꾼들도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누리꾼들은 "국방부다", "생각보다 소인배다", "회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오너리스크", "20세기로 돌아간다"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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