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시인.
김지연 시인.

[뉴시안= 이승민 기자]무속인의 집안 내력 속에 본인도 무속인의 삶을 살면서 그 아픔을 시로 승화시킨 김지연(52) 시인이 첫 시집 ‘너라서 아프다’를 펴냈다.

김 씨는 시인이면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영적인 중개자로, 삶에 대한 성찰과 하늘에 이해를 구하는 구도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어릴 적부터 시 쓰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신내림을 거부하며 버텼지만 결국 무속인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였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에는 일반인들이 느낄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 잔잔히 배어 있다.

그의 집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고모, 외사촌 동생까지 모두 무속인의 삶을 살고 있는 독특한 내력이 있다.

첫 시집인 ‘너라서 아프다’는 어린 시절 파란만장한 삶이 담겨 있다. 특히 집안 사정으로 언니가 양딸로 입양되자 언니에 대한 큰 그리움과 외로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가슴 시린 기억 속에 짙게 배어 있는 사연을 어린 날의 채워지지 않은 색깔로 함께 나타냈다.

그는 2019년 (사) ‘문학愛’ 시 부문에 ‘그리운 날’을 통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꾸준히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창시절 노래 가사를 썼는데 그것을 본 반 친구가 권유해 시를 쓰게 되었죠.”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꿈을 꾸면 잘 들어맞는 등 영적 기운을 자주 느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집안 내력으로 인한 신병임을 직감하고 ‘사람들의 미래가 느껴지더라도 절대 발설하지 말라’며 침묵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딸만큼은 무속인으로서의 삶을 원치 않았던 것. 그의 어머니는 “어린 초등학생인데 어떻게 신내림을 받게 한단 말인가”라며 신내림을 거부했다고 한다.

김지연 시인의 첫 시집 '너라서 아프다' 표지.
김지연 시인의 첫 시집 '너라서 아프다' 표지.

그가 중학교 2학년 때 신병으로 인해 몸이 아파 눌림굿을 통해 그 상황을 피해 나갔으나 26세 때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26세에 신내림을 받으며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 것.

그는 몇 년의 방황 끝에 미혼모 신분으로 아들을 낳았으나 돌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산에 자주 기도하러 가야만 하는 그로서는 아이를 돌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식사도 제때 챙겨주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더욱이 아들이 초등 6학년 때 사춘기에 접어들며 반항심이 커 돌봄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무속인으로서의 삶이지만 ‘아들를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아들를 위해서라도 어릴 적 꿈인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죠. 어린 시절의 꿈을 키우는 동기부여가 된 거죠.”

엄마의 글 쓰는 일상을 본능적으로 배워서일까. 아들도 글 쓰는 걸 좋아해 제4회 전주 시민문학제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젠 어엿한 고등학생이 된 아들의 진심 어린 응원 속에 2집 시집 마무리에 한창이다. 무속인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아픔과 성장기 사춘기를 심하게 앓은 아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첫 시집 제목을 그래서 ‘너라서 아프다’로 짓고 세상에 띄웠다.

김 시인은 한국문학작가협회에서 발행하는 계간지에서 시 부문 문학작가상, 한국그린문학 환경창작문학상, 2023년 계간 시와늪 시부문 작가상을 받았다. 그는 (사)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 회원, 전북재능시낭송협회 회원, 시와늪 문인협회 문학관 호남 본부장 등 다양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시와늪 문인협회 주최 작품 시화전, 전북문인협회 시화전, 최명희 혼불문학관 등에서 주최한 시화전에 참여하는 등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저의 첫 시집은 아들로 인해 다시 태어난 거나 다름없죠. 아들이 저의 애인이며 연인이자, 저의 전부죠.”

김 시인이 써 내려가는 시에는 우리네 삶의 소중함이 잔잔히 흐르고 있어 더 정겹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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