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박은정 기자]"그래서 신세계 유니버스클럽 쓸 것 같으세요?"

지난 8일 신세계그룹이 진행한 '신세계 유니버스클럽 기자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나눈 이야기다. 장장 2시간 동안 신세계그룹의 야심찬 유니버스클럽 얘기를 듣고난 후라 개인적인 의견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그야말로 '오프 더 레코드'이다.

안타깝게도 기자들의 의견은 '글쎄'로 모아졌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너도나도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내놓는 분위기다. 

질 수 없다. 신세계그룹도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 '신세계 유니버스클럽'을 야심차게 내놨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디지컬(디지털+피지컬) 리테일' 시대에 맞춰 이마트·SSG닷컴·신세계백화점·신세계면세점·스타벅스·G마켓 등 6개 온·오프라인 계열사의 할인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가입비는 연 3만원, 그마저도 각 브랜드의 포인트로 환급해 준다. 사실상 '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포인트 활용도 자유롭다.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살 경우 1000원당 신세계포인트 1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신세계백화점 등 온라인몰에서 포인트로 제품을 구매해 이마트에서 픽업할 수 있다. 국내 유통업계의 큰 손이 선보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이미 통합 멤버십의 성공적인 예로 꼽히는 쿠팡(로켓와우)·네이버(네이버플러스)의 혜택과 비교 시 '대한민국의 특권'이란 출사표가 거창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혜성같이 시장에 등장했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송·무료 반품' 정책을 앞세웠다. 넘실대는 영화·드라마 콘텐츠 대신 스포츠를 앞세운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등에 업고 유료 멤버십 회원 수 1100만명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애닳는' 신세계의 통합멤버십은 상품과 배송 경쟁력, 어느것도 눈에 띄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을 받을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지만 수년간 타사의 새벽배송·샛별배송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에겐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나마 있던 혜택도 빠진 판이다. 기존 지마켓 회원을 대상으로 했던 '스마일 클럽'에게는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혜택을 준 데 비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4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갈아타기'를 고민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신세계 유니버스 확장의 선봉장"이라고 밝힌 G마켓의 존재감도 아쉽다. 신세계가 2021년 인수한 G마켓의 낮은 상품 경쟁력에 대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때 그시절 인터넷 쇼핑을 떠올리듯 식료품이나 IT 기기·생활용품 상품군에만 치중돼 있다는 평가다. 

이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SK텔레콤이 11번가 내 아마존 쇼핑 혜택을 앞세워 '우주패스'를 절찬리에 판매 중인 점을 비교해도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쇼핑에만 치우친 혜택도 아쉽다. 쿠팡은 자사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네이버는 타사와의 협력을 통해 '티빙', '스포티비 나우' 등을 선택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토종 OTT '웨이브'를 운영 중이니 말할 것도 없다.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유통업계의 '신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신세계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길이 됐다. 

주요 신세계 계열사와 SSG랜더스의 만남은 성공적인 스포츠 마케팅 사례로 꼽혀 왔으며, 해마다 스타벅스 굿즈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MZ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의 화려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행보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다행히도 신세계는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약속했다. 계열사 뿐만 아니라 타사와의 협업으로 신세계 유니버스를 확장하고 전국 1만개 이상의 점포 네트워크와 물류 인프라를 더해 '언제든·어디서든·무엇이든'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온 계별 애플리케이션(앱) 간의 부족한 연결성과 편의성 개선도 약속했다.

'성장캐' 덕질이 제일 흥미로운 법이다. 신세계가 또다른 '신세계'를 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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