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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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 조현선 기자]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를 받는 브로드컴이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자진시정안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반려됐다. 사실상 브로드컴이 보인 성의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13일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 등 4개사의 거래상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전원회의에서 기각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구매주문 승인을 중단하고, 기술 지원을 끊겠다는 등 수요보다 많은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받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3년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양사의 계약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1년 1월1일부터 2023년 12월31일까지 3년 동안 브로드컴의 스마트폰 부품을 매년 7억6000만 달러(약 9773억6000만원) 이상 구매하고, 미달 시 차액을 배상해야 했다.

이에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을 적용해 장기 계약 강제 체결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보기 시작하자 브로드컴은 동의의결을 신청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동의의결 개시를 받아들였다.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거래 상대방 피해구제 등을 담은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의 혐의에 대해 위법성을 따지기보다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삼성전자와 상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브로드컴이 지출한 최종 동의의결안에는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한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금지 △거래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부품 선택권 제한 금지 △공정거래법 준법 시스템 구축 등이 담겼다. 또 국내 반도체·정보기술(IT) 분야 중소기업의 상생 지원을 위한 2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향후 삼성전자에 대해 고의로 기술 지원을 지연하는 등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품질 보장 및 기술 지원을 약속했다.

공정위는 지난 7일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의 자진시정안이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최종 동의의결안에 대한 기각을 결정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그 내용·정도 등에 있어 피해 보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지 않고 있다고도 덧붙엿다.

아울러 브로드컴의 시정방안은 개시 결정 당시 보였던 브로드컴의 개선 의지에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브로드컴은 공정위 심의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기술지원 확대 등 위원들의 제안에 대해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는 동의의결 절차 진행을 위해 중단했던 브로드컴에 대한 제재 심사를 이어간다. 빠른 시일 내에 전원회의를 개최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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