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에 엔화에 대한 투자열풍이 불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오전 엔화는 100엔당 91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대급 엔저에 엔화에 대한 투자열풍이 불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오전 엔화는 100엔당 91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올 여름 일본여행을 준비 중인 김이슬 씨는 '엔화 추락'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여행을 두달 가량 앞두고 있지만 엔화가 떨어지고 있어 긴급 대출까지 받아 환전을 미리 해놓을 생각이다. 

최근 일본 돈 '엔화'가 2015년 이후 약 8년 만에 800원대로 하락하면서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여행족들은 물론 투자자들까지 '엔화 사들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오전 10시 10분 기준, 엔화는 100엔당 911.46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만 해도 800원대를 찍었던 엔화는 소폭 올라 900원대 초반에 거래중이다. 이는 일본이 시장에 엔화를 푸는 정책을 고수한 덕분이다.

일본 여행객들은 환전 타이밍만을 노리고 있다.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커뮤니티 '네일동 일본여행 친구'에는 최근들어 '엔화 어디가 바닥일까요', '눈치게임하다가 여행경비 일부 환전했어요', '환전 지금 미리해놔야 할까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어! 어! 하다가 오른다. 얼른 바꿔야 한다", "투자개념이 아닌 여행비로 쓸거면 지금해야 한다", "4월에 1004원까지 올랐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 엄청 싼거다", "제가 환전만 하면 엔화가 내려가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틈을 타 투자목적으로 엔화를 사두려는 일명 '엔테크' 수요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환전 규모가 지난해 대비 5배 가량 늘었으며 엔화 예금도 40% 가까이 많아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5월 엔화 매도액은 301억 6700만엔(한화 약 2732억원)으로 전월 228억3900만엔보다 73억2800만엔 증가했다. 지난해 동기간(62억8500만엔)보다는 4.8배 늘었다.

일본 여행 커뮤니티뿐 아니라 주식투자 커뮤니티에도 엔화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누리꾼들은 "주식대신 환전이 요즘 대세", "주식은 해본 적도 없는데 연일 환전만 하고 있다", "투자목적으로 엔화 샀다"고 했다.

특히 한 누리꾼은 "엔화 자꾸 내려갈 때마다 환전했더니 일본가서 경차 한 대 뽑을 수 있을 정도"라며 "도박처럼 중독되는 것 같다"고 웃픈 이야기도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급속도로 퍼지는 엔화 투자 현상에, 엔화 투자 시 달러화 가치 변동 등과 같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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