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6일 지난 2021~2023학년도 수능과 올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문항 26개를 공개했다. 이주호 부총리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교육부는 26일 지난 2021~2023학년도 수능과 올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문항 26개를 공개했다. 이주호 부총리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교육부는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킬러 문항 제거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목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 관련 제재 등이 골자다.

교육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나선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 발표 이후 9년여 만이다.

이같은 위기 의식은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26조원으로 조사되면서 촉발됐다. 이는 전년(23조4000억원) 대비 2조5000억원(10.8%) 증가한 것으로, 사교육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최근 '교육과정을 벗어난 수능 문제'를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른바 '공정 수능'을 위한 대책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른바 '킬러 문항'을 사교육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공정한 수능을 위한 대책수립을 요구한 바 있다.

이날 교육부는 지난 2021~2023학년도 수능과 올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문항 26개도 함께 공개했다. 교육부는 킬러문항에 대해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활용해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를 반복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으로 정의했다.

단, 교육과정 위반 여부, 정답률 등 기준을 명확히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윤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지시에 대해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줄곧 강조해 온 바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약 3년여 간 치뤄진 수능과 모의고사 등에서 총 26개의 킬러 문항이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로는 수학이 9개로 가장 많고, 국어 7개, 영어 6개 순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이날 오전 사전 설명회에서 "특정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는지, 아닌지에 대해 전문가마다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면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룰 수 있는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문항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국어의 경우 고교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과 전문 용어를 사용해 배경 지식이 있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풀 수 있는 문항을 꼽았다. 아울러 선택지 의미, 구조가 복잡해 실수를 유발하게 만드는 문항 역시 킬러문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문제 풀이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내용 파악이 어려운 경우도 킬러 문항으로 꼽았다. 

수학은 여러 수학적 개념을 결합,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나 고차원적 해결법을 요구한 문제를 선정했다. 예시로 든 6월 모의평가 수학 공통과목(수학Ⅱ) 22번 문제는 다항함수의 도함수, 함수의 극대·극소, 함수의 그래프 3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을 결합했다.

이에 교육부는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하고 상당히 고차원적인 접근방식을 요구한다"며 "일반적인 공교육 학습만으로 이러한 풀이 방법을 생각해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학에서는 대학 수준 과정을 선행학습한 수험생이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 있어 유·불리가 생기는 경우도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학년도 수능 수학 '미적분' 29번으로, 대학에서 배우는 '테일러 정리' 개념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봤다.

영어는 △전문적 내용, 관념·추상적이어서 해석하고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움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 수준보다 과도하게 길고 복잡한 문장 △선지에서 길고 복잡한 구문, 어려운 어휘를 쓴 경우 등이 선정됐다. 지문이 생소한 서양 철학의 추상적 개념과 내용을 다뤘고, 문장 구조가 공교육 수준을 벗어나 체감 난도가 높은 문항 등이 포함됐다.

이번 검증 대상이 된 문제는 총 480개로, 각 시험당 국어 45개, 수학 30개, 영어 45개 등 120개다. 킬러문항을 감별해 낸 '점검팀'은 교육부와 외부위원으로 구성됐다. 후보문항 선정분과에서 후보 문제들을 추리고, 현장 교사 중심 검토분과에서 검증했다. 검토는 두 차례 진행됐다. 이는 대입 논술 등 대학별고사의 선행학습 유발 여부를 점검하는 교육부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에서 마지막으로 심의됐다.

한편 현장에서는 여전히 킬러문항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킬러 문항으로 지목한 문제들이 교육과정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에서다. 특히 '과다한 정보량', '과다한 추론 요구' 등에 대한 객관적·절대적 기준을 세울 수 없는 등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문항 유형을 배제하면 수능 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9등급제 상대평가 체제 내에서는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해서는 킬러문항 출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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