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제천시장 등 시군 지자체장들이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비혁신·인구감소 도시 우선 배치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창규 제천시장 등 시군 지자체장들이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비혁신·인구감소 도시 우선 배치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지역균형발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이 지연되면서 연내 확정여부도 불투명해 자칫 지역갈등만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상반기 내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당초 올 7월까지 선정 기준 등을 담은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앞이 꽉 막혀 있어 저도 정말 괴롭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공공기관 이전계획 일정의 전면 수정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올 상반기 중 공공기관 300여개의 이전 지역이 담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내 일부 기관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이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아져 지역의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과의 약속대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올 하반기부터 단행하라”고 촉구하면서 “직무를 유기한 원 장관을 즉각 해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 등 부산 시민단체들도 4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국정과제로 약속한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것에 책임져야 한다"며 "국가 균형발전과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 6월 말 로드맵 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것은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각 지자체들은 핵심 국정과제를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늦어져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 도출이 연기되면서 이 사안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가 아니라 내년에 치러질 총선용 카드로 전락할까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구체적인 밑그림도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별로 영향력·상징성 있는 공공기관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특히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마사회, 한국공항공사, 한국환경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영향력과 상징성이 있는 공공기관은 다수의 지자체가 유치를 희망해 중복 과열경쟁이 우려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 김진태 지사의 공약인 한국은행을 비롯해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국방연구원, 농협중앙회 등 국방·안보, 건강·의료분야 총 32개 공공기관을 유치 대상 리스트에 올려 놓고 유치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환경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6개 기관을 최우선 유치기관으로 정하는 등 유치 대상 기관 14곳을 선정해 본격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북도의 경우 김천혁신도시 내 1차 이전 12개 공공기관과 연계되는 공공기관을 2차 유치 목표로 정했다. 도로교통 분야의 경우 스마트도로 건설, 통합신공항, 철도특구 지정 등과 연계돼 있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10여개 기관이다. 물류 분야는 도로·철도·항공을 아우르는 스마트 종합물류 거점도시로 확장을 위해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등의 기관을 선정했다. 에너지 분야는 혁신도시의 한국전력기술, 경주의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포항의 2차전지·수소에너지 클러스터 등을 연계하기 위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등의 기관을 꼽았다. 법률·농업분야로 △정부법무공단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기관과 그 외 △한국국방연구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을 유치 대상 기관으로 정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3월 서울시 노원구 소재 한전 인재개발원을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광주시의 유치 대상은 한전인재개발원·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한국공항공사·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35곳이다. 전남도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지역난방공사·한국공항공사·대한체육회 등 50곳 정도를 추렸다.

전북은 한국투자공사,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등을 중점 유치 기관으로 선정했다. 특화분야인 금융·자산운용과 농생명산업 등 2개 분야를 핵심 기능군으로 40여개의 중점유치 희망기관이다. 연기금연계 특화 금융도시와 농생명수도 고도화 등을 위해 한국투자공사, 한국벤처투자, 7대 공제회,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등의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을 통합 시행하는 ‘지방시대위원회’의 10일 공식 출범을 계기로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기업의 지역 유치를 위한 기회발전특구 운용 청사진들이 구체화 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렇듯 각 지자체들이 2차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이해득실보다 각 기관의 특성과 근무 여건, 지역균형발전 등을 효율성있게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을 최종 해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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