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이 긴 불황의 터널에서 살아남에 따라 이미 빅사이클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한국 조선산업이 긴 불황의 터널에서 살아남에 따라 이미 빅사이클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한국 조선산업이 긴 불황의 터널을 뚫고 이미 빅사이클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1분기 세계 선박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세계 1위 수주실적을 달성, 이미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엔 해운업의 친환경 규제 강화도 한몫했다. 교체를 앞둔 선박들이 ‘친환경’ 선박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등 잇단 호재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잇단 호재로 국내 조선업체들의 올 2분기 실적도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이 KDI경제정보센터가 펴낸 ‘나라경제 7월호’에서 분석한 ‘재도약하는 조선업’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적으로도 “국내 조선업의 전망은 밝다”며 “이미 빅사이클에 돌입했다”고 내다봤다.

우선 2000년대 발주된 선박들의 경제적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IMO나 EU 등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친환경 추진선으로의 교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IMO는 2030년까지 2008년 CO2 배출량의 40%, 2050년까지 70%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EU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운사들도 환경 규제에 대응해 선박의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메이저 선사들은 메탄올 등 친환경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발주를 완료한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 발주한 선박들이 본격 교체하게 될 경우 2025년 이후 연평균 2000억 달러 규모의 발주가 예상된다. 2022년 전세계 발주 규모가 1329억 달러로, 2000년대 중반에 나타난 호황과 비슷한 상황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 

이봉진 기업분석팀장은 조선업의 사이클을 만드는 요인으로 경기 변동, 선박 건조기간, 교체주기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경기 변동과 선박 건조기간은 3년 전후의 단기 사이클을 만드는 요인이며, 선박의 교체주기는 30년 정도의 장기 사이클을 만드는 요인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풍부한 일감과 선가 상승에 힘입어 올 2분기 실적 호조를 예고했다. 업계에선 저가 수주 지양, 선가 상승,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조선업계 실적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픽=뉴시스]
국내 조선업체들이 풍부한 일감과 선가 상승에 힘입어 올 2분기 실적 호조를 예고했다. 업계에선 저가 수주 지양, 선가 상승,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조선업계 실적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픽=뉴시스]

현재의 조선업은 장기 사이클 관점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선박의 연비 효율이 중요시되면서 선박의 경제적 수명이 25년 미만으로 줄어 교체주기의 도래가 임박한 상황이다. 호황 국면에 접어드는 빅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2020년 팬데믹으로 전 세계 물동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래된 가전, 가구를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이는 컨테이너 물동량 회복과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0년 5월 클락슨이 전망한 전 세계 컨테이너 해상물동량 증가율은 -10.6%였지만 2020년 실제 증가율은 -1%에 그쳤다. 운임도 2020년 9.6% 증가한 데 이어 2021년 119.4%나 급등했다. 

2021년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2050만CGT로 직전 호황기였던 2007년 1850만CGT를 넘어섰다. 지난해도 호황은 지속됐는데, LNG선이 시장을 주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만 184척의 LNG선박이 발주됐다. 1년에 건조된 LNG선박의 최고기록이 66척인데 약 3년간 건조해야 할 LNG선이 지난 한 해 동안 발주된 것이다. 

이봉진 팀장은 “2021년과 2022년의 대규모 수주로 조선사들은 2026년까지의 일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이제는 수익성이 좋은 선박들만 선별해 수주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잇단 호재로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는 업사이클로 전환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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